[파이낸셜뉴스] 14개 경쟁당국 기업결합심사 가운데 3개국만이 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막판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남아 있는 국가에서 경쟁제한을 이유로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경제질서로 떠오른 자국 우선주의가 합병 승인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EU·미·일의 관문만을 남긴 대한항공은 이같은 기류가 기업결합 최종 결과와 직결되는게 아닌 만큼 경쟁제한 요소들을 최대한 해소해 예정대로 연내 인수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다.
'경쟁제한 우려' 해소할 수 있나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EU, 미국 등 기업결합심사가 남아 있는 국가의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시 자국내 여객, 화물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제한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으로 미국행 중복 노선에 대한 경쟁 제한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항공사 모두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뉴욕, 호놀룰루를 운항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행정부가 합병으로 인해 마이크로 칩과 같은 주요 상품의 화물 운송에 대한 통제권이 한 회사에 너무 많이 주어져 공급망 탄력성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도 최근 중간심사보고서를 내고 합병이 진행되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과 한국 사이 모든 화물 운송 서비스의 경쟁 위축" 가능성도 제기했다.
'경쟁제한' 여부는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의 승인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한항공은 미국과 EU에서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잇따라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같은 분위기가 기업결합 승인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 매체의 보도의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게 아니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얘기한 것 뿐"이라면서 "기사에도 법무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힌 만큼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슬롯·운수권 일부 이전…조속 마무리 총력
이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제기되는 경쟁제한 우려와 관련해 필요시 시정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EU의 경우도 필요시에는 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추가적인 시정조치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하며 '강력한 시정조치'를 진행했다.
한국 규제 당국과의 합의에 따라 두 항공사는 계약 체결 후 10년간 가격 인상, 좌석 수 감소, 서비스 품질 저하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또한 뉴욕, 파리, 제주 등 일부 노선에 대해서는 슬롯(특정 항공사의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고 운임 인상은 제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에어프레미아가 지난해 10월 LA 노선에 취항한 데 이어 뉴욕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도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도 슬롯 재배분을 염두에 두고 영국 런던과 LA, 뉴욕 등을 운항할 중대형기를 도입할 방침이다.
여기에 올해 초 영국 경쟁당국은 합병 승인 조건으로 대한항공이 런던 히스로 공항의 최대 주 7개 슬롯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겨주도록 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EU, 미국, 일본 등 3개국만의 기업결합심사가 남은 상황에서 조속한 마무리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기업결합이 정부차원에서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진행되고 있고, 경쟁제한 우려도 신규항공사 등의 시장진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쟁이 복원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남아 있는 경쟁당국에서 우려하는 경쟁제한 우려 등은 시정조치와 경쟁 복원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면서 "조원태 회장이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참여한데 이어 최근 다시 미국을 방문해 법무부 관계자 등을 면담하는 등 조속한 승인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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