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뉴스1) 고승아 기자 = 유재선 감독이 장편 데뷔작으로 프랑스 칸을 찾았다.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유 감독은 이번 영화 '잠'에서 신혼부부와 수면 이상행동에 관한 소재로 이야기를 다루며 몰입도 있고 탄탄한 스릴러 장르 영화를 완성해냈다.
유재선 감독은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시간 21일 오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발의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비평가주간 초청작 '잠'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진행한 공식시사에서 박수가 이어지는 등 좋은 반응을 얻은 것에 대해 유 감독은 "제 꿈에선 다들 야유를 하고 있었는데 박수를 받아 너무 다행이고 감격스러웠다"며 "심지어 기립을 해서 박수를 해주니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싶어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그는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것에 대해 "우선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럽다"라면서 "그런데 제가 만족하는 것과 관객이 만족하냐는 완전히 다른 거니까 그거에 대한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한 한 달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발표된 이후 너무 좋았지만 이제 이 영화가 공개되면 제 바닥이 드러나는 날이 오려나 싶은, 쓸데없는 걱정도 많이 하고 악몽도 많이 꿨다, 중압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라 악몽을 되게 구체적으로 꿨는데 내용이 프리미어 시사 직후 저는 혼자 앉아 있고 배급사 관계자가 와서 저를 위로하는 거였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그래도 제 주관적이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너무 기쁘고 해방된 기분이다"며 웃었다.
특히 이번 칸 초청에 대해 봉준호 감독의 반응이 어땠냐고 묻자, "감독님께서 '정신없겠구나, 잘 즐기고 와라'고 해주셨다"며 웃었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유 감독은 이러한 이야기를 만든 이유에 대해 "하나는 왠지 모르겠지만 1차적으로 정말 재밌는 장르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라며 "그런데 시나리오 쓰는 당시에 결혼을 준비 중이어서 그랬는지, 인생의 화두가 결혼이었던 시기라 결혼에 대한 고민 그런 게 많이 시나리오에 넘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 작업 당시 7년 사귄 연인과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고.
이어 "부부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중심이 되지 않았나 싶고, 몽유병 같은 경우엔 소재에 대한 관심은 초반에는 피상적이었다"며 "다들 몽유병에 대한 괴담은 한 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자다가 건물에서 떨어졌다거나 옆에 누구를 해한다거나, 운전을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어서 그 이야기가 준 충격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사람들의 일상은 어떨지 상상과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 옆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떨지 궁금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밤이 되고 잠만 들면 어떤 위협이 도사릴지 모르는데 일상 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고, 이런 소재에 흥미가 생기면서 제 개인적인 부부 생활이 혼합되며 '잠'이 탄생하게 됐다"며 그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몽유병이 흥미로운 소재라 느낀 게 주인공이 위협에서 벗어나는 게 목적인데, 자기를 위협하는 대상, 공포스럽게 여기는 대상이 자기가 진짜 사랑하고 지키는 대상이고 항상 같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주연으로 정유미와 이선균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이미 정유미, 이선균 배우는 한국에서 전설적인 배우라 생각한다"라며 "제가 캐스팅한 것이긴 하지만 사실상 두 분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선택해주신 게 더 크다고 느껴진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왜 '잠'에 두 분을 초대하면 소원이 없겠냐고 생각했냐면 두 분이 장르 연기를 잘 하신다, 수많은 장르영화에 출연해서 다져진 연기가 있다"라며 "거기에 현실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도 많이 하셔서 그런 것에서도 능하지 않나, 현실을 기반으로 한 연기 톤이 있다고 생각했고 '잠'에 이런 연기의 결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두 분이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적처럼 된 것"이라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유 감독은 데뷔작인 만큼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오르게 된다. 황금카메라상은 가장 뛰어난 신인 감독에게 주는 상이다.
수상 가능성을 묻자, 유 감독은 수줍게 웃으며 "지금 제 데뷔 영화를 칸에서 상영했다는 것만으로도 배가 터질 듯이 기쁘고, 정말 마음이 벅찰 정도로 감사함이 들고 있어서 수상에 대한 욕심조차 없다"라며 "물론 받으면 너무 좋은 결과이겠지만 이 만큼도 꿈을 꾸고 있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적적이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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