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70팀 뽑는데 무려 3160팀 지원 '치열'
"AI가 못하는 멍때리기" 영상 디자이너 출사표
21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잠수교에서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해당 대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무가치하다는 통념을 깨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이다.
자주포 엔지니어·교사·의사·축구선수·소방관·사육사·응급구조사·배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참가자들이 4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진출했다. 총 70팀을 뽑는데 무려 3160팀이 지원한 것이다. 한 영상 디자이너는 챗GPT가 본인의 업무에도 많이 사용돼 걱정된다며 AI는 할 수 없는 멍때리기로 마음을 가다듬고 싶다고 적어 높은 경쟁률을 뚫어내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졸거나 딴짓해도 안돼, 오직 '멍~ 때리기'
성별은 남성이 63%로 더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20대(37%), 30대(36%), 40대(13%) 순이었다.
참가자들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멍을 때려야 하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잡담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도 없고, 졸거나 딴짓을 해서도 안 된다.
대신 이들은 미리 나눠준 카드를 통해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빨간카드(졸릴 때 마사지), 파랑카드(목마를 때 물), 노랑카드(더울 때 부채질), 검정카드(기타 불편사항) 등을 집어 들면 진행 요원이 해당 요청사항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회에 참가한 가수 겸 방송인 강남(36)씨는 빨간 셔츠에 노란 바지의 짱구 복장을 하고 나왔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멍을 잘 때려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꼭 우승해서 1회 우승자인 크러쉬 형한테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정성인이 90분 멍때려.. 우승 '영예'
2014년 처음 열린 해당 대회는 2016년 가수 크러쉬가 1등을 차지하면서 유명해졌다. 지난해 우승자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팬이었다. 그는 “한화 경기를 보면 자동으로 멍때리게 되는데 그렇게 10년을 갈고 닦다 보니 그냥 한화 경기 본다는 생각으로 멍때렸다”, “응원하는 팀이 받을 수 없는 등수를 받은 거 같은데 이것으로 만족한다” 등의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행사를 주최한 시각예술가 ‘웁쓰양'은 “현대인은 아침에 눈 뜰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보고 산다.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는 순간마다 피로감이 멍을 때리게 만드는 것”이라며 “‘나 혼자’만 멍을 때린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느끼는데 한날한시에 다 같이 멍을 때리면 덜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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