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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 아이가..." 텔레그램 등 통해 1020세대 침투한 마약[무너진 마약청정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3 14:58

수정 2023.05.23 14:59

1020세대 마약류 사범 최근 5년새 3배 가까이 증가
전체 마약사범 3명 중 1명 1020세대
치킨 두 마리 값이면 인터넷 통해 필로폰 등 구매
[파이낸셜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최근 5년간 경찰에 의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의 연령대별 현황
(단위=명)
구 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10대 104 164 241 309 294
20대 1392 2422 3211 3507 4203
30대 1804 2499 2803 2437 2817
40대 2085 2207 2346 1781 1764
50대 1393 1572 1563 1235 1352
60대이상 1329 1547 2045 1341 1957
합계 8107 1만411 1만2209 1만626 1만2387
(자료=경찰청)



'공부방에서 유통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에서 구매했다.'
'학원가 길거리 시음 음료로 건넸다.'
마약이 1020세대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23일 경찰이 유흥가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범죄를 단속·수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만2387명의 마약류 사범이 검거돼 지난 2021년 1만0626명 대비 16.6%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1020세대 마약류 사범이 급증했다. 1020세대의 마약류 사범은 지난 2018년 1496명에서 지난해 4497명으로 약3배 껑충 뛰었다. 전체 마약 사범 중 102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8년 18.5%, 2019년 24.8%, 2020년 28.3%, 2021년 35.9%, 지난해 36.3%로 계속해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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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마약류가 '던지기' 등으로 암암리에 유통됐다면 최근엔 공부방, 학원가 등 일상적 장소에서도 10대들에게 유통되고 있다. A군 등은 고교 2∼3학년이던 지난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2022년 7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등 시가 2억7000만원 상당의 마약을 판매하거나 소지·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A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마약 판매상으로부터 범행 수법을 배운 뒤, 또래들을 포섭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1명은 아버지에게 "공부방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오피스텔을 빌린 뒤 이곳을 마약 유통 사무실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SNS와 인터넷에 능숙한 10대들을 향한 마약 유통 방어선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마약류 사범 전체 검거 인원 중 지난 2018년 18.7%(1516명)를 차지하던 인터넷 마약류 사범의 비중은 지난해 약 1.4배 증가한 25.0%(3092명)로 나타났다. 다크웹·가상통화를 이용한 마약 사범 역시 지난 2018년 85명에서 지난해 1097명으로 12배 이상 폭증했다.

경찰은 국내 유통되는 마약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 연령대도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암 거래 시장에서 10년 전 10만원 내외였던 필로폰 1회 투약분(0.03g)은 현재 5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것이 경찰 등의 설명이다. 치킨 1~2마리 가격 정도면 마약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다만 필로폰을 1g씩 대량으로 구입한 다음 소분하는 방식으로 5만원보다 더 싸게 사는 경우도 있다"면서 "1020세대들은 또래와의 동질감이 강하기 때문에 주변의 꼬임에 잘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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