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다음달 디폴트 위기 앞두고 수정헌법 14조 확대 해석 언급
정부는 빚을 갚아야 한다는 헌법 내세워 의회 동의 없이 부채 늘릴 수도
야당에서는 즉각 소송 예고, 경제적으로도 디폴트만큼 악영향
정부는 빚을 갚아야 한다는 헌법 내세워 의회 동의 없이 부채 늘릴 수도
야당에서는 즉각 소송 예고, 경제적으로도 디폴트만큼 악영향
[파이낸셜뉴스] 다음 달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앞두고 야당과 협상중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비상시 수정헌법 14조 적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해당 법률을 이용할 수 있는 지 불분명하다며 이를 강행할 경우,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디폴트 못지않은 피해를 걱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55년 만에 정치 이슈로 주목
미 의회는 지난 1939년부터 연방정부가 국채 등으로 빚을 질 수 있는 금액에 상한을 설정했다. 현재 미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는 2021년 12월 증액된 31조3810억달러(약 4경1159조원)다. 미 정부는 의회가 정부의 부채 한도를 확장하지 않는 최악의 경우 디폴트에 빠질 수 있으며 이미 지난 1월에 부채 규모가 한도에 달했다.
미 재무부는 일부 기금에 돈을 내지 않는 등 비상조치에 들어갔지만 곧 한계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인터뷰에서 "6월 초, 이르면 6월 1일에 정부의 모든 청구서를 지불할 수 없다고 본다"며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했다.
사실 미국 정가에서 부채 한도를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는 거의 해마다 반복되고 있으며 여야의 극적인 협상 타결로 끝났다. 야당(공화당)이 장악한 미 하원은 지난 4월에 바이든 정부의 부채한도를 내년 3월 31일까지 1조5000억달러(약 1967조원) 증액하는 동시에 바이든 정부의 복지 예산을 대폭 깎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공화당은 상원을 통제하고 있는 민주당과 바이든에게 협상을 제안했다. 양측은 올해 상반기 내내 부채 한도로 씨름했으나 디폴트 시한이 약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이달 민주당 상원의원 11명과 하원의원 66명은 바이든에게 서한을 보내 수정헌법 14조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정헌법 14조는 남북전쟁 이후 옛 노예 출신 시민들의 시민권을 보장하는 조항으로 1868년에 의회를 통과했다. 현재 민주당에서 지적한 14조 4항에는 "폭동이나 반란 진압을 위한 포상금이나 연금 지불을 위한 채무 등 법으로 규정된 미 정부의 공공 부채의 효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적혀있다. 헌법 학자들은 해당 조항이 미 정부가 국채 상환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러한 해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디폴트를 피하고 상환 의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입법부의 동의 없이 추가로 빚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부채 한도 때문에 수정헌법 14조를 이용한 대통령은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률은 의회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011년에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공화당과 부채 한도로 씨름할 당시 "나라면 수정헌법 14조를 이용해 법정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경제적으로 무리수
그러나 바이든은 공화당과 협상이 길어지는 가운데 수정헌법 14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일본을 방문 중이던 21일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가 수정헌법 14조에 대한 권한이 있는 지 살펴보고 있다. 우리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조항을 제동 없이 제때 발동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이라며 발동 이후 상황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마이클 게르하르트 헌법학 교수는 "바이든은 수정헌법 14조를 이용해 부채 한도를 부정하고 헌법 수호를 내세워 국정 운영에 재량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2일 민주당의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메릴랜드주)은 "수정헌법 14조 4항은 선택지가 아니라 의무사항"이라며 "극성 공화당 세력이 경제를 무너뜨리게 놔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무소속이지만 민주당의 강경 좌파를 대표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이달 기자회견에서 "수정헌법 14조 발동이 완벽한 해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를 이용하면 미국이 제때 빚을 갚을 수 있고, 경제적 혼란을 예방하며 가장 취약한 계층이 심각한 삭감을 겪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측에서는 민주당이 해당 조항을 발동하는 즉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은 "의회를 통과하지 않은 비헌법적인 조치는 선택지가 아니다" 라고 밝혔다. WSJ는 여야의 소송전이 미 재무부가 예고한 디폴트 기일 전까지 마무리 될 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의 옐런 역시 21일 인터뷰에서 수정헌법 14조 발동에 대해 “많이 논의했지만, 법적 불확실성과 빠듯한 일정을 감안할 때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미 상공회의소는 지난 19일 네일 브래들리 최고 정책 책임자 명의로 바이든에게 서한을 보냈다.
브래들리는 "수정헌법 14조 발동은 제때 부채한도를 올리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하는 것만큼 경제적인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헌법을 내세워 마음대로 빚을 늘릴 경우 미 국채 가격이 폭락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채에 대한 불확실성과 최근 기준금리 상승이 결합하면 미 경제에 심각하고 장기적인 비용 상승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디폴트와 비슷한 수준의 피해"라고 주장했다. 브래들리는 "여야가 합의해서 부채 한도를 높이는 것 외에는 다른 해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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