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4일 서울 강남구 맥도날드 청담DT점 1~3층을 하루에도 수십번 오르내리며 식탁을 닦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백승찬(68) 크루를 만났다. 200℃까지 달궈진 그릴에 햄버거 패티를 구워내는 최영란(63) 맥도날드 용인수지DT점 크루와 함께 만났다. 40년 세월을 함께 한 노부부는 “한국맥도날드 최고령 크루의 기록이 92세인데 93세까지 힘이 닿는다면 크루로 일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백 크루는 대기업에 입사해 중국 주재원으로 10년을 보냈다. 30여년 쉬지 않고 일했다. 최 크루는 긴시간 남편 내조를 하면서 한식, 양식, 제과제빵 등 다양한 조리기술을 배웠다.
최 크루는 백 크루가 은퇴를 생각한 5년 전 일을 시작했다.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빵 굽는 일을 했다. 그곳에서 실전 경험을 쌓아 자신의 제과점을 열 요량이었다. 매일 샌드위치를 만들어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상 사업을 하려니 야채값부터 임대료까지 수지타산이 안맞았다. 최 크루는 “사업은 내길이 아니구나. 알바가 좋다”고 결론을 냈다. 제과 프랜차이즈에는 최처럼 자신의 매장을 내겠다는 꿈을 꾸고 들어오는 2030세대가 많았다. 최 크루는 '물러나줘야 한다'는 생각해 맥도날드로 자리를 옮겼다.
최 크루는 “일하면 젊어진다고들 하지만 꿈같은 말이다. 일하기 위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기 때문에 늙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출근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하니 건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갱년기를 겪으며 근력이 줄어 걱정하던 최 크루는 크루일을 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빅맥부터 치즈버거까지 20종이 넘는 수많은 메뉴에 대한 조리 지식을 쌓아 그릴마스터 자격도 얻었다. ‘맥도날드 고시’를 통과했다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부부는 만나면 메뉴부터 손님까지 ‘맥도날드 이야기’만 한다. '화제에 낄 수 없는 자녀가 소외감을 느끼진 않을까' 염려될 수준이라며 웃었다.
백 크루는 입사해 모든 종류의 햄버거를 다 먹어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뤘다. 백 크루는 “일년에 한두 번 먹던 버거를 주에 두번씩 먹고 있다”며 “맥치킨과 불고기버거가 간이 딱 맞다”고 말했다. 백은 최근 맥도날드 광고 영상에 출연했다. 전국 매장에는 그의 사진이 담긴 채용 포스터가 붙었다. 자신을 부러워하는 은퇴한 친구들에게 ‘함께 시니어크루로 일하자’며 광고 영상을 보내주기도 했다. 백은 “제가 출연한 영상을 보고 많은 시니어들이 용기를 내길 바란다”며 “은퇴하면 무기력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크루로 일해보니 시간은 정신없이 가고 휴무일이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3월 ‘20대와 70대가 동료가 되는 회사?’라는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백 크루와 최 크루같은 시니어 크루와 자신의 꿈을 향해 파트타임 근무하는 20대 크루가 서로 배우며 일하는 모습을 담았다. 맥도날드는 채용에 있어 △학력 △나이 △성별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열린 채용’을 지향한다. 맥도날드가 최근 5년간(3월 1일 기준) 신규 채용한 주부 크루는 3590명에 달한다. 현재 재직 중인 시니어 크루는 567명, 장애인 크루는 192명이다. 최고령 시니어 크루는 80살이다. 최장기 장애인 크루의 경우 21년간 일했다.
백 크루는 “함께 일하는 젊은 친구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제가 20대였을 때보다 열심히 일한다”며 “미디어에서는 MZ세대가 힘든 일을 피한다는 말도 있지만 실제 매장에서 보면 정말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뿐”이라고 말했다. 최 크루는 ”나이 먹은 사람과 장애인을 차별없이 채용한다는게 말이 쉽지, 어려울텐데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맥도날드를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부부가 93세까지 건강하게 맥도날드에서 일하길 바라게 됐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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