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닻 올린' 한화오션 3대 이슈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3 16:16

수정 2023.05.23 16:20

23년 만에 민영화, 한화오션 출항 뱃고동
한화그룹, 옛 대우조선 대대적 구조 개편
강·온 투트랙..고강도 인적쇄신-노조 달래기
이슈는 ①흑자전환 ②노사합의 ③인력복원
"한화식 새판짜기..내부 진통 마찰 불가피"
23일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했다. 거제 옥포조선소내 골리앗 크레인에 표시된 남색의 'DSME 대우조선해양' 사명이 지워졌다. 뉴스1
23일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했다. 거제 옥포조선소내 골리앗 크레인에 표시된 남색의 'DSME 대우조선해양' 사명이 지워졌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화오션이 23일 출항 뱃고동을 힘차게 울렸다. 23년 만에 민영화, 45년 만에 '대우'를 떼낸 사명 변경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새 닻을 올리고 출항한 한화오션은 경영 정상화와 통합에 속도를 낼 태세다. 최우선은 10분기째 이어지는 적자고리를 끊는 일이다. 통합조직 안정, 방산분야 시너지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항로가 순탄치만은 않다. 강성 노조와의 공존, 인력 복원과 변동성이 큰 조선업황 대응, 한화식 새판짜기 후폭풍 등이 변수다.

■한화오션 강·온 투트랙 전략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임시주총을 끝으로 한화오션은 옛 대우조선해양의 대대적 구조 개편을 위해 강·온 투트랙 전략에 나선다. 고강도 인적 쇄신과 노조 달래기다. 우선 20여년 고착화된 공적기업이라는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 이달 중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다. 경영은 오너일가(김동관)와 전문경영인(권혁웅) 쌍두체제로 간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김 회장의 측근이자 에너지·엔지니어 분야에 능통한 권혁웅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화오션은 오너 일가와 전문경영인 쌍두체제로 움직인다.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권혁웅 부회장(왼쪽)과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는 김동관 부회장. 한화 제공
한화오션은 오너 일가와 전문경영인 쌍두체제로 움직인다.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권혁웅 부회장(왼쪽)과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는 김동관 부회장. 한화 제공


회사 관계자는 "입사 10~20년차의 인력들은 공적자금 기업에서 일을 시작했다"며 "수십년 체화된 기업 관행을 당장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인데, 내부 진통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와의 첫 합의는 노조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선에서 우호적으로 조속히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 합의안에는 지역사회 기여 방안도 담는다.

■닻 올린 한화오션 3대 이슈는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한화오션이 직면한 이슈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①흑자 전환(경영 정상화) ②노사 합의(완전한 통합) ③인력 복원(경쟁력 강화)이다.

①흑자 전환=한화오션은 최근 2년간 누적 적자가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1·4분기 적자폭을 줄이긴 했으나 영업손실(628억원)이 계속됐다. 이에 한화오션은 완전한 흑자전환을 위한 원가 절감, 수익성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올 상반기 부진한 선박 수주(4월말 목표치 69억달러의 15% 달성)에도 고삐를 죈다. 회사 관계자는 "발주 선사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한화라는 새로운 파트너가 등장한 것"이라며 "거래처 선사들이 미뤄왔던 발주가 터지면 수주 목표치는 초과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수주 목표치(한화오션 70억달러)는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157억달러, 삼성중공업 95억달러) 중 가장 낮다.

대규모 임원 물갈이 인사도 곧 단행된다. 40여명의 임원 중 70%이상 교체될 것으로 전망, 이는 조직 안정보다 변화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방산·해양·에너지 분야 시너지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존에 없던 조직도 신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지향하는 큰 그림대로 새판을 짤 것"이라고 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지난 12일 아침 거제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출근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지난 12일 아침 거제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출근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②노사 합의=한화의 최대 난제는 노조와의 순탄한 협의가 지속될 지다. 한화그룹 입장에선 1만명 이상의 단일사업장 노조와의 협상은 처음이다. 여기에 옛 대우조선이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47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비롯, 1만5000여명 협력사 노동자(노조)와의 관계 정립도 이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넘어야할 가장 큰 파도가 노조 이슈"라며 "경영 정상화 이후 노조와의 협의를 어떻게 전개할지가 가장 주목된다"고 했다.

한화그룹은 인수 당시 노조와 고용 보장, 단체협약 승계, 당사자 참여 보장, 회사·지역 발전 계획 실행을 구두로 약속했다. 한화오션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이달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한화는 사기 진작과 지역 발전 비전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이달 중순엔 "성과금이 아닌 직원 노고에 대한 격려방안(위로금)을 내놓으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화는 노사 합의를 이달 중 끝낸다는 목표다. 가장 먼저 노사는 매출 목표 달성시 성과급 지급(임금의 300%)에 잠정 합의했다. 위로금 지급을 놓고는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한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노사가 한자리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악수하는 첫 세리머니(축하행사)를 늦출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화오션은 임금 인상 계획, 복지 처우 개선 방안 등 몇가지 사기진작 카드를 곧 내놓는다.

③인력 복원=한화오션은 1만명이 넘었던 임직원(대우조선 소속)이 현재 8700명으로 줄었다. 지난 수년간 대불황에 설계, 연구개발 등 전문인력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는 물론 다른 제조기업으로 옮겼다. 인력 붕괴의 충격은 설계직을 포함해 과장·대리급 젊은 직원 100여명이 대거 빠져나간 일이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3년 임금이 동결되면서 경쟁사는 물론 다른 대기업들과 임금 차이가 컸다"며 "상당수 인력들이 뭍(육지)으로 갔는데, 이들을 다시 거제(옥포조선소)로 유입하려면 다른 유인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화오션은 신입·경력 인력 확보에 총력전을 벌일 태세다.
이달부터 설계, 생산관리, 사업관리, 품질·안전 등 전 분야에서 신입·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는 고질적인 조선사간 인력 빼가기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화오션의 공격적인 인력 유인책을 지켜보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핵심인력 빼가기가 재연되는 게 아닐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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