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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테면 써봐라"...사장·직원 모두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5 05:00

수정 2023.05.25 11:18

육아휴직자 늘어났지만...여전히 25% 수준
소득대체율˙기간 늘려도...'그림의 떡' 신세
제도 확대보다 정착 노력해야...유연근무 등 대안 제시도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이 4도까지 내려간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인근에서 한 어린이가 털모자를 쓰고 있다. 2022.10.18. livertrent@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이 4도까지 내려간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인근에서 한 어린이가 털모자를 쓰고 있다. 2022.10.18. livertrent@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저출산 문제의 핵심인 '일과 육아의 병행'에 대한 해답으로 '육아휴직제도'가 기업과 직원 양쪽에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제도의 부재가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현장의 괴리감이 갈등을 심화시키는 모양새다. 취지와 목표는 도움을 확대하는 방향이지만, 이를 실제 활용하기에는 다소 이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육아휴직자 수 19% 증가했지만 기저효과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수는 13만1087명으로 2021년 11만555명 대비 18.6% 증가세에 있다. 정부는 부모가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자녀 생후 12개월 내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 첫 3개월에 대한 부모 각각의 육아휴직 급여를 상향하는 '3+3 부모육아휴직제'를 추진하고 4~12개월의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80%로 상향하는 등 육아휴직 유도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육아휴직 사용자 추이 /사진=고용노동부
육아휴직 사용자 추이 /사진=고용노동부

제도의 이점은 확대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유인책으로는 제도 정착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증가추세는 기존 활용도가 낮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로, 아직도 육아휴직 대상자 가운데 활용 비중은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남성 비중은 4% 수준에 그쳐 '아빠'들이 육아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을 개선하지는 못했다.

식품기업에 재직중인 영업사원 A씨(33)는 "동료의 육아휴직을 마냥 환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각 팀의 한 해 매출 목표는 팀의 인원수에 비례해 설정된다. 예로, 10명의 팀에 할당된 매출액은 직급과 연차에 따라 팀원에 차등 분배된다. 이런 와중에 연중에 팀원 1명이 육아휴직을 떠나면, 매출 목표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남은 9명이 휴직자의 몫을 채워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A씨는 "영업 특성상 남직원이 많은데, 이들 가운데서는 육아휴직을 떠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미디어 업종에 재직중인 B씨(34) 역시 "상대적으로 매출 목표 등 압박이 덜하거나, 인력충원이 쉬운 부서에서는 육아휴직이 권장되는 분위기"라며, "육아휴직제도는 점점 좋아지는데 문턱이 높으니 오히려 박탈감만 커지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기업 "희망하는 사람이 없다"

기업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육아휴직 기간 중은 당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육아휴직 중 해고금지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육아휴직자의 해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휴직자의 매출 목표 또한 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이에 더해 회사 또한 휴직자를 대체할 계약직 채용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를 희망하는 사람이 없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혼 연령과 첫 아이 출생 연령이 늦어지며 육아휴직을 떠나는 직원들의 직급과 임금도 올라가는 추세다"고 진단했다. 저연차의 젊은이들이 휴직을 예상했던 제도가, 오히려 취업연령이 이른 여성 위주로 수요가 몰리며 실제로 휴직을 떠나는 여성들은 과장~팀장 급의 숙련 노동자들로 채워지는 셈이다. 때문에 "고연차 노동자들의 빈자리를 계약직으로 채우기 쉽지 않고, 결국 잔존 인력들이 고연차의 일을 하고, 단기 계약직이 잡무를 처리하는 형태로 비효율적인 노동환경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고임금 노동자일수록 육아휴직으로 인해 받는 경제적 타격이 심해진다"며, "소득 대체율 인상 등으로 이를 유도하기에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한계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3+3 부모육아 휴직제'의 경우 3달차에 최대 300만원, 4~12개월동안은 최대 150만원의 상한선을 두고 있다. 3~5년차 대기업 직원들의 소득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업무를 지속하며 아이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연근무제'와, 코로나 기간 시범적으로 시행됐던 '재택근무' 도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최근 기업에 “3세 미만 자녀를 둔 직원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 역시 "우리나라가 제공하는 육아휴직 기간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짧지 않다"며,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활용이 어려울 경우의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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