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요구를 하는 평화로운 시위와 집회는 절대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다. 하지만 시민 생활과 영업활동에 극심한 피해를 주는 시위는 다른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분명히 침해하는 것이다. 이를 헤아려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후진적 시위문화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일은 이미 일상이 됐다. 지난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 도심에서 벌인 1박2일 노숙집회는 시민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부끄러운 현장이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판, 만취한 이들의 노상방뇨, 쓰레기 무단투기까지 무법천지가 따로 없었다. 서울 광화문 일대 주요 차로가 시위대에 점거돼 16일 퇴근·17일 출근 시간대 도심 교통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지난해 CJ대한통운 본사를 60일간 점거해 불법농성을 벌였던 민노총 택배노조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화물연대 노조는 시너통까지 들고 서울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에 들어가 회사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경찰과 공권력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을 야기하는 노조 행태를 이젠 바로잡아야 한다.
심야시간 집회금지 관련 입법을 지금에서야 추진하는 것도 한참 늦은 일이다. 헌법재판소가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 2009년이다. 이듬해 6월까지 대체입법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국회가 손놓고 있었다. 당시 헌재 의견은 해가 진 뒤 모든 집회를 불허하는 것은 과도한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헌재는 지난 2014년 3월엔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맞춰 정부와 정치권이 후속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0시~오전 6시 집회금지는 국민 사생활을 보호하는 조치다. 법으로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건전한 시위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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