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밤중 오토바이 굉음에 잠 설치기 일쑤
#벌써 낮 최고 기온 28도를 넘기는 등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지만 서울 영등포구 소재 빌라에 사는 직장인 정모씨(32)는 문을 열고 잘 수가 없다. 한밤중 요란한 배달 오토바이의 굉음에 잠을 깨기가 일쑤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격무로 힘든 가운데 잠마저 제대로 잘 수도 없으니 정씨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씨는 "관련 민원도 제기했지만 별로 소용은 없었다"며 "문을 닫고 벌써 에어컨을 켜야 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확산된 배달 문화에 많은 배달 이륜차 소음으로 인한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주택가에서 이륜차가 주행할 때 발생하는 최고 소음은 철도변에서 열차가 지나갈 때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자체는 소음 단속을 하고 있다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는데, 앞으로 주민 불편이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발표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택가에서 저녁 시간대 시간당 최대 154대의 이륜차가 지나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륜차가 주행할 때 발생하는 최고 소음은 철도변에서 열차가 지나갈 때와 비슷했다.
연구원은 이륜차 통행으로 소음 민원이 발생한 곳이나 통행량이 많아 소음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15곳을 선정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이륜차 통행량과 소음도를 분석했다.
주택가 빌라 시도때도 없이 부릉..소음단속 시급
통행량이 가장 많은 지점은 주택과 빌라가 밀집한 지역으로 오후 7시 기준 154대의 이륜차가 지나갔다. 이륜차의 주행 순간 1초 소음도는 46.9∼99.7데시벨이었고, 최고 소음도는 101.5데시벨이었다. 철도변에서 열차가 지나갈 때 느껴지는 소음이 100데시벨이다. 주거지역의 이륜차 시간당 평균 통행량은 26.9대로, 상업지역의 시간당 평균 통행량 10.5대보다 배 이상 많았다.
소음에 주민들의 불편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관련 민원은 연간 1만여건에 달하는 상황이다. 대부분 민원은 과속 및 소음기 제거 등 이륜차 불법 개조로 발생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단속을 통한 행정 처분은 미비한 상황. 정부가 지난 2017~2021년 이륜차 소음 수시 점검을 통해 단속한 4498건 중 98.4%는 구두경고만 받았으며, 과태료 부과는 1.6%에 불과했다.
이에 국회에서 이륜차 소음을 경찰 등 전문기관과 함께 효과적으로 단속 할 수 있게 만드는 '소음·진동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에 따라 지자체장은 운행차 소음 허용 기준 위반 등을 수시로 점검하고 환경부에 반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또 지자체가 시행하는 수시점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가 수시점검 과정에서 해당 지역 경찰관서의 장 또는 '한국교통안전공단법'에 따른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관계기관에 합동점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협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소음 단속 현장에서의 교통사고 위험, 지자체직원의 소음기 불법개조 및 소음측정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으로 지자체 단독으로 점검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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