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연년생 홀로 키워…소송 하자 뒤늦게 지급
"상처받은 아이 과거 회복 안 돼…범죄 인식 필요"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양육비를 받기 위해 10년 넘게 투쟁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고생을 했어요. 후세대는 저 같이 살면 안 돼요."
지난 26일 '사단법인 양해연(양육비해결총연합회)'의 도움으로 뉴시스와 통화를 한 송모씨는 지난 10년이 넘는 양육비 투쟁 세월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놓았다.
연년생 자녀를 둔 송씨는 전 남편과 2009년 소송을 시작해 2010년 말 이혼을 했다. 전 남편은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2021년에 감치 판결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명단 공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등을 할 수 있는 조치가 신설되자 송씨는 그해 8월 감치 판결을 이끌어냈고 우리나라 1호 양육비 미지급 건으로 인한 감치 사례가 됐다.
이 때 전 남편은 양육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보내왔다고 한다. 송씨는 "이혼 후 10년간 뼈를 깎는 고통으로 살면서 감치에 성공했는데 그 감치를 면하려고 100만원을 준 적이 있다"며 "그동안 그렇게 많은 소장을 보내도 안 받길래 나는 (전 남편이) 죽은 줄 알았다. 위장전입을 해서 소장도 안 받았다"고 말했다.
이 사례가 뉴스 등을 통해 알려지자 기사가 나올 때마다 전 남편이 100만원, 200만원씩 보내왔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결국 송씨는 지난해 10월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로 전 남편을 경찰에 고소했다. 우리나라에서 양육비 미지급건으로는 첫 형사 소송 사례다.
양육비이행법에 따르면 양육비 채무자가 감치 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송씨에 따르면 현재 검찰에서 사건을 검토 중이고 이달 중에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현재까지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형사처벌이 나온 적은 없다.
형사 소송 절차가 시작되자 전 남편은 지난 9일에야 지난 10여년간 밀렸던 1억원에 달하는 양육비를 전액 지급했다.
전 남편은 밀린 양육비를 지급하며 문자를 같이 보냈는데, 긴 세월 홀로 두 자녀를 키우며 소송까지 진행했던 송씨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송씨는 "처음에는 문자를 잘못 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양육비로 또 시비 잡는 일 없이 철회한다고 약속하면 양육비를 지급하겠다고 문자가 와서 당연히 받아야 하는 양육비를 내가 왜 약속까지 하면서 받아야 하냐고 했다"며 "그러니까 이번에는 양육비를 깎아달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혼 후 13년 만에 양육비를 받았지만 그 사이 고통받은 송씨와 자녀들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다.
송씨는 "양육비를 받았다고 해서 상처 받은 우리 아이들의 과거가 회복되지 않는다"며 "우리 집에서는 아빠라는 단어가 없다. 나도 몰랐는데, 애들은 정자 제공자라고 한다. 이 정도면 아이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송씨는 그간의 생계에 대해 "그 얘기를 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는 "변호사를 선임하면 비용이 너무 비싸니 내가 어쩔 수 없이 전문가가 됐다"며 "양육비를 받는 과정은 투쟁이었다고 생각한다. 투쟁이라는 단어를 써야할 만큼 너무 고생했다. 무슨 이런 나라가 있나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송씨는 "부모는 돈 없는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아이들이 바보가 아니다"며 "안 그래도 한부모라 기가 죽어있는 아이들이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면 얼마나 더 기가 죽겠나. 그 상처가 아이들한테 고스란히 남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송씨는 양육비를 지급받았음에도 형사 소송을 취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양육비를 안 주면 내가 사는 데 불편함이 있겠구나, 감옥에 갈 수 있구나라는 인식이 있으면 양육비를 지급하게 돼있다"며 "정말 후세대는 나 같이 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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