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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차 집착 그만" 한은 총재 호소…'원화 굉장한 절상' 언급도

뉴스1

입력 2023.05.28 07:10

수정 2023.05.28 07:1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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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지난 23일 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중장기적으로 우리 원화가 강화될 가능성도 많고요…오히려 미국이 금리를 낮추면 굉장히 절상될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난 5월25일)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대 가장 큰 1.75%포인트(p) 차로 역전된 지 벌써 3주째다. 이 격차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3연속 동결에 따라 다음 달까지 이어지게 됐다.

세간에서는 최대 폭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환율 불안 심리를 드러내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 같은 공포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금리 차 프레임에서 벗어나 달라"고 호소했다.

오히려 미국이 앞으로 금리를 내리기라도 하면 원화는 '굉장히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이다.

◇"금리차 탈피 부탁…물가 보면 원화는 중장기 강화"

28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25일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정말 부탁드리고 싶다. 환율을 결정하는 건 금리 격차라는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 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금 여러 차례 보고 계시지 않나"라면서 "금리 차가 1.75%p로 벌어지면 환율이 절하될 것이고 우려가 많다고 하는데, 금리 차가 커졌음에도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환율이 지난 몇 주간은 오히려 내려가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원화가 강화될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가 해당 분석의 근거로 언급한 환율 결정 이론은 '구매력 평가설'이다.

구매력 평가설이란 환율이 각국 통화의 구매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시각인데, 이에 따르면 균형 환율 수준이나 변화율은 각국의 물가 수준 또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다.

이 총재는 "구매력 평가설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이 높을 때 (통화는) 그 쪽이 더 절하되게 돼 있다"며 "지금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우리보다 한 2%p 이상 높은 수준인데 그것만 보면 원화가 강화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앞으로 금리까지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 총재는 "미국이 통화정책을 어떻게 할 건지 아직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오히려 미국이 금리를 낮추거나 그러면 환율이 굉장히 절상될 가능성도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리 차만 보고 너무 한 쪽으로 보도하거나 그런 쪽으로 쓰시는 분들께 물어봐 달라. 실제 경험과 다른 데 왜 계속 주장하는지"라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금리 차 나도 왜 한국에 투자할까…"앞으로도 유입세"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자금은 최대 금리 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기존 최대 금리 차인 1.50%p를 0.25%p 차로 경신한 이달에도 외국인 채권 자금 유입은 지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채권 자금은 지난 1~2월 우리 환율이 많이 절상됐을 때 좀 빠져나갔다가 지금 5월에 다시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금융센터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센터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 채권 투자는 3월 강한 순유입세로 돌아서 이달 24일까지도 누적 19조3000억원의 유입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로써 외국인 채권 자금은 지난해 6월 이후 유출된 자금을 전부 만회했다. 보유 잔액까지 역대 최대인 238조3000억원으로 뛰었다.

최대 금리 차에도 외국인 자금이 한국의 문을 두드린 이유는 뭘까.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올 3월 불거졌던 선진국 은행 불안과 최근 관측된 글로벌 금리 인상 마무리 국면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3월 선진국 은행 불안 이후 외화자금 시장 여건 악화로 재정 거래 유인이 확대되며 외국인의 원화채 투자 수요가 증가했다"면서 "최근 외국인의 만기 20년 이상 초장기물 투자 증가(2월 이후 월평균 +1조원)는 물가 오름세 둔화 등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가 배경"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채권 자금 유입은 이어질 전망이다.

센터는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외국인의 채권 자금 유입세가 좀 더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재정거래와 같은 단기 성향의 자금 중심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과 글로벌 경기 둔화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유입세가 이어지더라도 유입 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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