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열도에 부는 한국 열풍 "韓 MZ 뭘 좋아하나요" 日 기업이 먼저 묻는다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8 18:07

수정 2023.05.28 18:07

셔틀외교 복원되며 식품업계 활기
aT 주도로 日유통 1위 이온그룹 연결
도쿄에서 이틀간 한국식품페어 열려
곰표맥주·꿀약과 등 신규입점 확정
"한글 크게 써야 더 잘팔린다" 분위기
열도에 부는 한국 열풍 "韓 MZ 뭘 좋아하나요" 日 기업이 먼저 묻는다 [글로벌 리포트]
지난 24일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인근에서 열린 한국식품 상품제안회를 찾은 이온그룹 바이어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경민 특파원
지난 24일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인근에서 열린 한국식품 상품제안회를 찾은 이온그룹 바이어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경민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한국 MZ세대는 요즘 뭘 좋아해요?",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어떤 먹거리가 유행하나요?"

지난 23~24일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인근의 한 행사장에는 일본 유통업계 1위인 이온그룹의 바이어 42명이 몰렸다. 오는 8월 전국적으로 이온이 준비 중인 한국식품 페어(판촉 행사) 개최에 앞서 새로운 상품을 물색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바이어들은 같은 이온그룹 식구지만 이온리테일(식품슈퍼), 이온카페란테(수입식품전문매장), 이온리카(주류매장), 이온톱밸류(PB상품개발) 등 다른 상품부 소속으로 각자 대박 아이템을 찾기 위해 눈빛이 반짝였다.

■韓 MZ가 먹으면, 日 Z도 먹는다

이날 한국 28개 업체들이 329개 품목을 싸들고 행사장에서 이온 바이어들을 맞았다. 이중 5개사 11개 제품이 이온에 신규 납품을 확정했다.
행사 이후에도 추가 상담을 통해 8개사 29개 제품이 입점을 검토 중이며 4개사 8개 제품은 자체브랜드(PB) 상품 개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이온 바이어들은 한국의 MZ세대가 무엇을 좋아하고 즐겨 먹는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일본에서 제4차 한류 붐이 일면서 한국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먹거리가 열도에서도 유행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30~40대 전통 소비층을 벗어나 일본 젊은 세대들도 한국 음식에 매우 익숙한 소비자로 자리 잡았다.

첫날부터 신규 입점을 확정하는 품목들이 실시간으로 줄을 이었다. 일본에서도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신라면과 불닭볶음면, 참이슬 외에도 이번 행사에서는 막걸리, 칠성사이다, 곰표 맥주, 꿀약과, 각종 레토르트 식품 등이 이온에 입성했다.

행사에 참가한 정정필 아사히식품 대표는 "오트밀 셰이크 음료를 150개 점포에 앞으로 총 3000만엔 가량 납품하고, 순두부와 잡채 등 상온 레토르트 제품도 1500만엔 정도 납품하기로 해 성과가 좋았다"며 "요즘 이온은 물론이고, 다른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계속해서 납품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파우더형 치즈를 아이템으로 참가한 한 관계자는 "방금 이온에서 최근에 꾸린 'Z세대 마케팅팀'이 다녀갔다"면서 "10~20대를 주로 공략하는 팀에서 한국 음식을 주제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인 이온을 잡으면 실제 매출 향상은 물론 브랜드 신뢰도라는 무형의 가치가 크다는 게 행사에 참가한 중소업체들의 의견이다.

40년 넘게 한국식품을 수입해 일본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뉴재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온이라는 슈퍼 대형 유통사를 따로 만나긴 불가능에 가까운데 이런 자리가 생겨 의미 있다"면서 "인사교류는 물론 실제 계약으로도 이어져 분위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돈 되는 한국산, "한글 더 써 달라"

이번 행사는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을 타고 성사됐다. 일본은 복잡한 유통 과정 탓에 한국 업체들이 대형 유통업체 바이어를 직접 접촉하는 것부터 어렵다. 한·일 정상이 회담 이후 셔틀외교(양 정상 간 번갈아가며 방문) 부활로 관계 회복의 신호탄을 쏘자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이온의 바이어와 한국식품 수입업체를 직접 연결하는 상품제안회를 기획한 것이다.

윤상영 aT 일본지역본부장은 "한국 식품에 대한 일본의 수요는 급성장하고 있었으나 양국 관계 경색 국면에서 일본 기업들은 나서서 한국 페어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며 "최근 셔틀외교 재개로 이 같은 애로사항이 완전히 해결됐고, 이제는 오히려 일본 쪽에서 더 큰 행사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식품의 정 대표도 "독도 때(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는 숨도 못 쉴 정도로 힘들었다"며 "그 이후로 계속 안 좋았는데 지금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잡화점인 돈키호테에서는 요새 한글 패키지를 그대로 살리고, 오히려 일본어를 최소한만 넣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한국산을 부각시키면 더 잘 팔린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눈치 안 보니 좋네" 학생·회사원 한국행

식품 유통 뿐만 아니라 관광 업계도 한·일 관계 개선의 '단 맛'을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방한 수학여행을 문의한 여행사 및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지만 올해는 2023~2024년 방한이 확정된 곳만 이미 30곳을 넘어섰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한·일 관계 악화의 영향으로 보호자들이 치안을 걱정하거나 학교 담당자나 보호자가 막연하게 한국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아 학교들이 방한 수학여행 검토를 부담스러워 했다"며 "확실히 정상회담 이후에는 학교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학여행은 공립학교의 경우 출발 2년 전에 반드시 결정되며, 사립학교도 보통 최소 6개월~1년 전에는 결정되는 편이다.
이에 따라 2024~2025년 시즌에는 더 많은 학교의 한국행 수학여행이 기대된다는 전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6~7월 센다이, 시즈오카 등 한국 노선을 운항하는 지방을 중심으로 수학여행 설명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으로 1000명 이상의 인센티브투어, 연수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기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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