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올해 상반기 드라마를 대변할 수 있는 키워드는 단연 '우먼 파워'다. 연초부터 방영된 대부분의 화제작을 여성 배우들이 이끌면서 '우먼 파워' 대세를 실감하게 했다. '일타스캔들'과 '대행사' '더 글로리' '퀸 메이커' 그리고 '닥터 차정숙'까지 여성 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작품들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우먼 파워'의 선전은 고무적이다. 또한 오는 31일 새 드라마 '행복배틀'도 첫 방송을 앞두고 있어 그 선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이목이 집중된다.
시작은 tvN '일타스캔들'이었다. '일타스캔들'은 전도연이 무려 17년 만에 복귀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첫 회 시청률 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로 시작했지만 마지막회가 17%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전도연은 극 중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 출신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 역을 맡아 그간 스크린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가 아닌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일타강사 최치열 역 정경호와의 연상연하 로맨스로 '로코퀸'의 건재함을 보여준 것은 물론, 스릴러까지 넘나드는 활약으로 다채로운 재미를 더했다.
'일타스캔들'과 동 시기 방송된 JTBC '대행사' 또한 배우 이보영이 이끌었다. '대행사'는 VC그룹 계열사인 광고 대행사 VC기획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 분)이 사내 정치와 음모 등 갖은 위기를 극복해가며 독보적 커리어는 물론, 내면의 성장까지 이뤄내는 드라마틱한 여성 서사를 보여줬다. 1회 4.8%로 시작해 마지막회는 16%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보영은 '내 딸 서영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신의 선물 - 14일' '마더' '마인' 그리고 '대행사'까지 이어지는 필모그래피에 새 흥행작을 추가하며 작품을 보는 선구안이 좋음은 재차 입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 또한 지난 3월 공개되면서 '우먼 파워'의 대세 흐름을 이어갔다. 송혜교는 '더 글로리'가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면서 N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지독한 학교폭력을 당한 뒤 박연진(임지연 분)과 가해자 무리들을 향한 복수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문동은 역을 연기하며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연기로 큰 호평을 끌어냈다. 그간 로맨스와 멜로 장르로 주목받았던 배우였지만, 학폭 피해로 인한 깊은 상처와 아픔을 간직한 문동은을 서늘하면서도 냉랭한 얼굴로 섬세하게 표현, 절제된 연기력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 배우로서 또 한 번 더 도약을 이뤄낸 인생작을 남겼다.
지난 4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도 김희애와 문소리의 '우먼 파워'를 보여줬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김희애 분)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 분)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정의'가 승리하는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극적인 판타지를 김희애 문소리의 오랜 내공과 폭발적인 연기로 풀어내며 기대 이상의 흡인력을 보여줬고, 두 사람이 연기한 황도희와 오경숙의 연대와 워맨스도 호평을 끌어냈다. 그간 주로 남성 정치극이 다수 제작돼 왔던 만큼, 믿고 보는 두 배우가 완성한 여성 정치극의 등장은 그 자체로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방영 중인 JTBC 16부작 토일 드라마 '닥터 차정숙' 또한 배우 엄정화가 '우먼 파워'를 입증한 작품이다. '닥터 차정숙'은 1회가 4.9%의 시청률로 출발했으나, 지난 21일 방송된 12회는 무려 18.5%까지 기록했다. 엄정화는 급성 간염을 판정받고 생사를 오가다 주부 20년 차에 레지던트 1년 차에 도전하는 차정숙 역을 맡아 캐릭터 그 자체에 녹아든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남편 서인호(김병철 분)와 대학 동창 최승희(명세빈 분)의 불륜, 그리고 혼외자의 존재까지 알게돼 크게 절망했지만, 의사로서의 성장과 홀로서기를 예고하면서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과 응원까지 끌어내는 연기력을 빛냈다. 이에 엄정화 역시도 이번 드라마의 흥행으로 N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
오는 31일 첫 방송 예정인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 또한 여성 배우들과 캐릭터들이 극을 끌어간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행복배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고,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주연배우로는 이엘과 진서연, 차예련, 박효주 우정원 등 내공 있는 배우들이 영어유치원 학부모로 출연해 상류층 엄마들의 욕망을 그려낸다. 무엇보다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욕망을 리얼하게 풍자했던 '스카이캐슬'을 제작한 HB 엔터테인먼트와 '내 이름은 김삼순' '품위있는 그녀' 등 여성 서사를 탁월하게 선보인 김윤철 감독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여러모로 주목되는 '행복배틀'이 그 기세를 이어받아 호평을 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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