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MZ통신] '요즘 애들 더치페이' 아시나요…"너는 먹어, 난 기다릴게"

뉴스1

입력 2023.05.29 07:02

수정 2023.05.29 10:29

'요즘 애들 더치페이' 문화는 기성세대와 달라지는 모양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분식집 키오스크에 떡볶이와 순대 ‘반인분’ 메뉴가 보이고 있다. 2023.2.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요즘 애들 더치페이' 문화는 기성세대와 달라지는 모양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분식집 키오스크에 떡볶이와 순대 ‘반인분’ 메뉴가 보이고 있다. 2023.2.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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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MZ세대'는 어느덧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정치권에선 'MZ표심' 잡기에 골몰하고, 학계에서는 'MZ세대 담론'을 쏟아냅니다. 그러나 정작 MZ세대들은 "우리는 오해받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그 오해와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뉴스1 사회부 기자들이 나섰습니다. MZ세대 최전선에 있는 90년대 중반생 기자부터 '젊은 꼰대' 소리 듣는 80년대생 기자까지 'MZ통신'을 연재합니다.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실제로 그런 경우 많이 본 것 같아요. 몇명이 와서 누구는 먹고 누구는 안 먹고 기다리면서 그냥 폰하고…딱히 사이가 안 좋거나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던데요?"

최근 온라인에서 '요즘 애들 더치페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습니다. 글쓴 이는 식당에 학생 5명이 앉아 밥을 먹는데, 4명은 맛있게 먹고 다른 한 명은 그것을 보고만 있어 대신 1명의 음식을 시켜줬다고 했습니다.

해당 글에는 대부분 '요즘 애들'을 성토하는 댓글들이 달렸지만, 일부 댓글은 반응이 달랐습니다. 그저 일종의 더치페이 문화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돈이 없는 애를 따돌리는 것이 아니라 '안 먹겠다'는 선택을 존중하고, 안 먹는 아이는 친구들이 밥먹는 동안 그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라는 설명이죠.

◇10대·20대 "가난해서도 아닌데…안 먹고 싶다는데 굳이?"

주변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취재해보니, 실제로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목소리들이 나왔습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 프랜차이즈 분식집을 운영하는 최모씨(38)는 "애들끼리 오는 그룹을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대로 친구들이 사주는 경우도 있고, 친구들이 먹는 동안 스마트폰 만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며 "(후자도) 따돌리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그냥 함께 시간 보내며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신촌의 한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 신모씨(22·여)는 이같은 더치페이 문화에 대해 "꼭 요즘 중고등학생들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친구들하고 놀 때 비슷하게 기다렸던 적이 있다"며 "친구들은 먹고 싶다고 했지만 저는 굳이 많이 배고프지도 않은데 용돈을 쓰고 싶지 않아서 안 먹고 기다리다 놀러 갔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동구의 중학생 강시윤군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친구들하고 학교나 학원 마치고 놀다 뭐 먹을 때 그 시간에 혼자 다른 데서 시간 보내고 오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만약 친구가 같이 먹고 싶은데 용돈이 부족해서 못 먹는 것이라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줬을 것"이라며 "가난해서 도움받아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그냥 용돈을 거기 쓰고 싶지 않아서 안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안 먹는 친구 두고 밥먹는 모습 불편…너무 삭막해 보여" 지적도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30대 이상 세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지성씨(37)는 "같이 식당에 갔는데 일행 중 하나가 밥 안 먹고 그냥 멀뚱멀뚱하게 있다는 생각만 해도 무엇인가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며 "너무 정없이 느껴지는데, 그냥 주변 친구들이 조금씩 십시일반해서 같이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다른 직장인 이모씨(33)도 "반대의 경우, 내가 그렇게 배가 안 고파도 일행이 무엇을 먹으러 가자면 그냥 같이 가서 간단한 거라도 먹는 편"이라며 "이제 '옛날 사람'이 돼서 요즘 애들의 개인주의적인 모습이 삭막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최모씨(50)는 "아이한테 비슷한 경우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며 "애는 '무엇이 문제냐'고 했지만, 우리 세대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먹는 것으로 치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럴 때 그냥 친구도 같이 사주라고 당부했다"고 씁쓸하게 답했습니다.

◇합리적? 옅어지는 공동체?…요즘 애들 더치페이 어떻게 봐야하나

반면 이런 세태를 옹호하는 어른도 있었습니다.


직장인 김모씨(37)는 "직장인들끼리 밥먹고 커피를 마시러 가더라도 카페인 때문에 안 마신다거나 해서 원치 않는 사람은 안 마시는 것으로 대입해보면 될 것 같다"며 "남 눈치 때문에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억지로 하지 않는 '요즘 애들'의 모습이 오히려 '쿨'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MZ세대 등 젊은 세대에 대한 담론은 이들의 합리적이고 개인의 의견이나 개성을 존중하는 개인주의적인 면모에 대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MZ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요즘 애들 더치페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선입견 없이 합리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일지, 공동체 문화가 옅어지고 있는 점을 아쉬워할지 고민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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