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 놓고 대기자 지원은 손 놓은 교육 당국
발령 언제인지…교육청도 대기자도 모른다
"기간제라도 하니 다행? 차별 속, 한계 느껴"
[세종·서울=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어차피 올해 합격자들은 내년에 발령 나게 됩니다. 임용 대기하는 시간을 즐기세요."
서울 지역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 후 4개월째 발령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신모(23)씨가 지난 2월 합격자 연수에 참석해 교육청 장학사와 현직 교사들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이 선발한 초등 교사는 114명. 3월1일 임용 대기자는 119명. 신씨를 비롯해 올해 합격자 중 어느 한 명도 정규 교사로 배치된 이가 없었다.
신씨는 29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교육청에서) '당신이 대기자'라는 별도의 통보는 없었지만, 서울 지역의 초등교사 합격자가 발령을 1년 기다리는 건 당연시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지역 응시를 준비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긴 했다"면서 "준비할 때는 '붙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또 "불확실한 미래도 불안하다"며 "학생 수가 줄고 있으니 대기 연한(3년) 걱정도 든다"고 밝혔다.
현행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따르면 임용시험 합격 유효 기간은 1년이 원칙이며 최장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 후 3년이나 발령을 받지 못한 사례는 없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서울 지역은 지난 2017년 정원 감축을 이유로 이듬해 초등 신규 채용 규모를 1년 만에 8분의 1로 줄이겠다는 사전 예고로 '임용대란' 논란이 촉발됐다.
이후 저출생과 신도시로의 학령인구 유출로 정원 감축과 채용 규모 축소가 반복되면서 임용시험 준비생들에게 1년 이상의 적체는 일상이 된 분위기다.
하지만 합격 1주일 만에 바로 집 근처 사립 초등학교에 1년짜리 기간제 교사 자리가 나면서 또 다른 임용시험을 준비할 때는 허탈감도 느꼈던 것처럼 보였다.
신씨는 "지원서, 이력서 쓰고 교장·교감 면접을 보고 교사들 앞에서 수업 시연까지 했다"며 "1월 초에 시험을 마치고 이걸 또 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의 시험을 준비한 친구들로부터 "발령이 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나는 왜 알아서 자리를 찾아야 할까'라는 답답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임용시험에 합격하면 교육청에서 동의서를 받고 기간제 인력 풀(명단)에 올리기도 한다"면서 "학교에서 인사 담당 교사나 교감이 문자를 주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이틀 치(단기계약)"라고 전했다.
다른 일을 하려 해도 '대기자'라는 신분이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언제 발령이 날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대기자들의 하소연이다.
올해 세종 지역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대기 중인 김모(28)씨는 '언젠가 교사 발령이 날 수 있다'는 양해를 구하느라 구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발령 시기가 궁금해 세종시교육청에 문의했는데, '순번상 올해 9월이겠으나 그때 복직자가 많아 내년 3월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초등교사는 통상 학기가 시작할 때인 매년 3월이나 9월에 퇴직자가 생기나 그사이 육아휴직 등 장기 휴직자가 생기면 빈자리에 신규 발령이 이뤄진다.
김씨는 "학급 증설로 4~6월, 10~11월에 발령 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일을 구하려 해도 중간에 발령을 받으면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며 "정확히 제 등수가 어느 시점에 발령이 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도 신씨처럼 자신이 대기자라는 것을 교육청에서 통보받지 못했다. 지난 2월 교육청의 초등학교 발령 공고문에서 자신의 등수에 해당하는 명단이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 알았다고 전했다.
기간제 담임으로 일하는 신씨는 '담임이 기간제라 학부모들이 걱정이 많다', '학부모가 '신 선생이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적도 있다.
그는 "'나는 4년 동안 열심히 교육을 받았으니까 잘 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이라며 "기간제인 것만으로 '이야기'가 돌 일인지는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동료 교사들에게도 '어차피 1년 있다가 갈 사람' 대접을 받을 때도 더러 있다고 전한다.
신씨는 "학사일정 변경이나 공개수업 운영 방식을 논의하는 회의에 제 또래 정교사들은 들어가는데 저는 끝나고 통보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혹자는 아무것도 못 하는 취업 준비생보다는 처지가 나은 게 아니냐 말하지만 불안정한 신분 속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게 교사 발령 대기자들의 지적이다.
김씨는 "수험생활 동안에 학생들에게 가르칠 이론과 실전을 갈고 닦았는데 대기하면서 공부했던 것들이 휘발될 수 있다"며 "그 사이 교육과정이나 정책이 달라지면 바로 적응하는 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오랜 시간 동안 학생들과 함께하려면 학교와 교육 공동체에 소속감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교육관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며 "이러한 경험은 기간제 교사로서는 가지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내놓은 교원수급 제도에 대한 불만도 크다.
신씨는 "정규 교사 채용은 줄이고 비정규직 교사를 양산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안타깝다"며 정부가 '학생 수가 줄어서 교사 줄이라'는 단순 경제 논리로 임용적체를 풀어가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는 (교사를) 줄여야 하겠지만 적은 폭으로 하고, 교사 수를 충분하게 유지해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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