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한도 협상, 경기침체 우려로 대형주 투자 선호 뚜렷
러셀 1000지수 상승률 지난 1997년 이후 최고치
중소형주의 경우 경기침체 등으로 외면 당해
러셀 1000지수 상승률 지난 1997년 이후 최고치
중소형주의 경우 경기침체 등으로 외면 당해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미국 부채 한도 협상 리스크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국 투자자들이 미국 대형주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 투자자들의 미 대형주 투자는 7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28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이달 셋째주(15~19일)에 미 주식 시장에서 26억 달러 이상이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주간 단위로 지난 해 10월 이후 최대 순매수 규모다. 이 가운데 약 22억 달러가 대형주 순매수에 몰렸는데 중소형주의 경우 4200만 달러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대형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대형주 중심의 러셀 1000 지수는 올 들어 9.2% 상승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의 상승률 0.7% 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달 26일(현지시간) 현재 러셀 1000 지수의 상승률은 지난 1997년 이후 가장 크다.
러셀 1000지수의 상승은 대형 기술주에 의해 주도됐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 플랫폼 모두 올 들어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했다. 테슬라(57%)와 애플(35%) 역시 상승하면서 러셀 1000 지수를 끌어올렸다.
올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 시작된 중소형 지역 은행 위기를 시작으로 미국 투자자들은 기술주를 포함한 대형주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금리가 낮아지면 향후 수년 동안 꾸준하게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 기술주 등 대형주의 성장 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지수는 미국 중소형 지역 은행 주식 급락으로 상승에 제약을 받았다. 학습 플랫폼인 체그의 경우 챗GPT로 인해 64% 폭락했다. 메사추세스 지역 은행 디펜던트뱅크 주가는 올 들어 46% 급락했고 석유 및 가스 시추 회사인 헬머리히 앤 페인 역시 주가가 34% 하락하며 러셀 2000지수를 끌어내렸다.
미국 투자자들이 대형주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빅테크 등 대형주들의 재무제표가 건전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도 잘 견딜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WSJ의 분석이다. 금융·에너지·소재 등 소형주의 경우 경기 침체에 민감해 투자자들로 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소형주 들의 경우 미국 중소형 지역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크레셋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잭 에블린은 "대형주들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자본을 조달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소형주 규모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면서 "우리가 배당금이 높은 우량 대형주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형주를 투자에서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보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것이 현명한 투자방법라고 조언했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구성 및 전략 책임자인 아담 헤츠는 "잠재적인 경기 침체나 약세장의 바닥을 지나 경기가 회복될 때 가장 크게 반등하는 주식은 소형주다"고 설명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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