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을 이틀 앞두고 있는 가운데 현장 곳곳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초진을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업계는 시범사업안이 업계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시범사업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시범사업안 두고 곳곳 불만
30일 보건복지부와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이번 시범사업은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됨에 따라 비대면 진료가 불법화 되는 것을 막고, 제도화되기 전까지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련됐다.
시범사업에선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초진은 배제하고 재진만 허용하키로 했다. 다만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에 가기 어려운 감염병 확진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의료 기관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없는 섬·벽지 지역에 한해 초진을 허용하기로 했다. 소아 환자의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 허용 여부는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비대면 진료를 통한 의약품 수령 방식은 본인이 수령하거나 보호자, 지인이 수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약 배송은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에 대해선 보완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으로 시범사업안 가닥이 잡히자 현장 곳곳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소아 환자의 초진은 허용돼선 안되며 시범사업안은 더욱 보수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원의 중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소아·청소년 초진은 향후 허용돼선 안되며,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등 과목별 학회도 성명을 통해 안전성 논란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우려를 표시했다.
환자단체도 비대면 진료 범위를 극히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가 추진 예정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엔 상당히 넓은 범위의 초진이 포함돼 있다"며 "비대면 진료는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고 초진은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예외적으로만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업계에는 '사형선고'
하지만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업계는 이번 시범사업안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산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뿐더러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선택하는 국민의 고충과 수요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침이라는 주장이다. 비대면 플랫폼 기업 등으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복지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은 반(反)비대면 진료 사업이자, 비대면진료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복지부는 일부 환자는 초진을 허용했다고 하나, 그 범위는 극도로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 민간이 제공하던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비대면 진료에서의 재진을 재정의하고, 초진 허용 범위를 확대해 지금이라도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료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시범사업안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산협 소속 비대면 진료 기업 대표들은 최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복지부의 시범사업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금지시키는 '반비대면진료 정책'이라며 시범사업안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이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원산협 관계자는 "복지부는 실제 현장에서 실현 불가능한 시범사업안을 내놓음으로써 전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은 전면 재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30일 열릴 예정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달 1일 시범사업을 시행, 8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둘 계획이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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