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택배업계 및 국회에 따르면 택배노조 출신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지난 30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와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의 상시 해고 제도를 폐지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택배노조 간부 원모씨는 "해고가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쿠팡을 대한민국 국민이 야단쳐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원씨 발언 직후 강 의원은 "쿠팡의 대량 해고가 택배노동자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고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원씨는 불과 한달 전 CLS 직원 여러명을 폭행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오후 9시 무렵 경기도 용인 쿠팡 배송 캠프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캠프 정문을 막아선 CLS 직원에게 욕설을 하며 목을 조르고 밀어 넘어뜨렸고, 다른 직원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거나 목과 머리를 '헤드록'으로 조이며 밀었다. 현재 원씨는 용인 서부경찰서에서 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이다.
원씨는 앞서 지난 2019년 4월 경기 성남시의 택배 분류장에서 작업대에 뛰어올라 비노조원인 택배기사를 발로 찬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가슴킥한 노조 간부가 이번엔 헤드록 폭행을 했다"는 비판도 쏟아져 나왔다. 쿠팡 측은 원씨를 비롯한 택배노조 간부들에 대해 폭행과 건조물 침입 등 혐의에 대해 고소한 상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노조를 만들어 폭행을 저지른 노조 간부가 국회 기자회견을 벌이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일"이라고 했다.
원씨는 이달 초 쿠팡 배송 캠프 앞에서 노조 집회를 열고 "진보당에 모두 가입해야 한다"며 택배기사들에게 진보당 가입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당 인사들도 수시로 집회에 참여해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하는 등 진보당은 택배노조를 핵심 정치기반을 삼고 있다.
하지만 진보당이 일방적인 노조의 주장에 동조하며 폭행 현행범에게 국회 문을 열어 준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원씨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할머니 장례식장을 치르고 온 택배기사가 해고됐다"는 주장은 택배노조 간부가 최근까지 등기 임원으로 활동한 대리점에서 일어난 일로, 자작극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해당 택배기사는 장례식을 치른 뒤에도 한동안 근무를 했고, 소속 대리점에 미운행 노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기사를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택배노조 간부가 최근까지 해당 대리점 등기 임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노조가 해고하고 CLS 탓으로 돌리는 자작극이 의심된다"며 "택배노조의 허위 주장에 법적 조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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