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부터 서울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총력투쟁 대회'를 진행했다. 집회 측 추산 2만여명의 조합원들이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와 금속노조 등은 본 집회를 열기 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과 서대문구 경찰청 부근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가졌다. 시청 인근 세종대로에서는 오후 3시30분쯤부터 집회 참석자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등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최근 정부가 민주노총 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며 탄압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민주노총이 아무리 싫어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시위 자유를 박탈하겠다는 발상은 경악스럽다"며 "우리는 더욱 당당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48년간 건설현장에서 인부로서 일하고 있는 서모씨(65)는 "윤석열 정권이 살고자 하는 우리의 움직임을 불법으로, '건폭'으로 간주하며 낙인찍고 있다"며 "사람이 여럿이 모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기 마련인데, 이것을 어르고 달래며 추스고 통합하는 것이 대통령의 능력이다. 근데 지금 대통령은 사람들을 추스리기는 커녕 경찰청장 등 주위 사람들을 이용해 찍어 누르려고만 한다"고 꼬집었다.
20년간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씨(60)은 "건설노동자 한 명이 억울해 스스로 분신해 죽었는데, 정부는 어떠한 후속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추모를 하는 동료들을 불법 세력으로 낙인찍고 있다"며 "현장에서도 최근 민주노총에 가입한 조합원들을 내쫓고 그 자리를 외국인노동자들로 채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집회와 관련 경찰은 불법집회에 대해서 엄정한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집회가 당초 신고된 종료시각이 오후 5시를 넘자 경찰은 "집회법에 따라 집회의 해산 실시하겠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를 종료해 주기 바란다"라는 해산 경고 방송을 3차례 송출했다. 이에 "집회를 방해하지 말라"는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경찰 사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경비대책회의에서 "집회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불법에 대해서 경찰로써 해야 할 역할을 주저 없이 당당하게 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신고된 시간을 초과해 집회를 진행하거나 차로를 점거해 과도한 교통정체를 야기하는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해산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불법 집회를 대응하기 위해 캡사이신 이격용 분사기 3780대를 대기시켰지만, 이것은 실제 사용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후 7시부터는 세종대로에서 '양회동 열사 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이 주최하는 추모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문화제가 끝난 뒤 1800여명이 경찰청까지 행진이 계획돼 있다. 민주노총 집회 참석자들이 이 문화제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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