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면사무소 갔는데, 공무원끼리만 수박 먹어 괘씸" 어느 민원인의 글[어떻게 생각하세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1 09:49

수정 2023.06.01 09:58

"고향서 이런 대접" 서산시 민원글에 와글와글
수박(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수박(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pixabay
[파이낸셜뉴스] 충남 서산에 위치한 한 면사무소를 찾은 시민이 공무원들만 수박을 먹고 자신에게는 권하지 않았다고 공개 민원을 제기해 화제다. 서산시청 민원 게시판에는 해당 민원 내용을 비판하는 글과 최초 민원인의 반박이 잇따르며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27일 충남 서산시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제가 고향에서 이런 대접을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민원글이 올라왔다.

"민원인 나 혼자였는데 아무도 수박 권하지 않아.. 세금 아깝다"

“신랑 부탁으로 서류를 보완하여 제출하려고 진짜로 오랜만에 면사무소를 방문했다”고 밝힌 작성자 A씨는 면사무소에서 공무원 10명 정도가 모여서 수박을 먹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A씨는 “오후 4시 가까웠기에 민원인은 저 혼자였다”며 “담당자는 자리에 없었고 외부에 있다고 해서 좀 기다려야되는 상황이었다.
처음 본 여직원만이 제게 신경쓰고 있었고, 기다리는 동안 단 한명의 공무원도 자기지역민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질 않았고 수박하나 권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 10명은 나이대가 다양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며 “살면서 그런상황이면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번 쯤 권하지 않느냐. 저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아니고 면사무소 사무실을 방문한 민원인이고 지역민 아니냐. 내 자식들이 아니라는게 안심이 될 정도로 그 순간 그들이 부끄러웠다. 괘씸했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수박 안권했다고 부모욕까지 하는건 과하다" 댓글 달리자...

서산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A씨의 민원글. /사진=서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서산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A씨의 민원글. /사진=서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A씨는 이어 “저런 것들을 위해서 내가 세금을 내고 있구나. 자기 지역민에 대한 애정이 저렇게 없구나”라며 “대민봉사가 뭔지도 모르는 우리 다음세대들을 보니 참으로 한심하단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A씨는 “수박껍데기 정리하면서 제 눈을 마주치지 않고 내리까는 거 보면 일말의 양심은 있었나 싶기도 하다”며 “이게 부모 교육의 문제냐. 공무원 교육의 문제냐. 연수는 왜 받으러 가나. 아무것도 배워오는 게 없는 것 같은데”라며 글을 마쳤다.

A씨의 글은 1일 오전 9시 기준 무려 79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에 올라온 서산시청의 공지글 조회수의 2배가 훨씬 넘는 수치이다.

A씨의 최초 글이 올라온 이후 A씨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답글이 달리기도 했다. A씨의 글에 답글을 단 B씨는 “공무원들이 홀대한 것도 아니고, 수박 한통 먹다가 민원인에게 권하지 않았다고 부모 욕까지 하시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수박 권유 안 한 것 말고 뭐가 좀 있나 했더니 딱 그거다”라며 “반대로 글 쓰신 분은 뭐 먹을 때 누가 오면 무조권 권하냐”고 반문했다.

"수박 못먹은 미친X 취급.. 글의 요지를 모르겠냐?" 반박글 올린 민원인

그러자 A씨의 반박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수박 못 먹어서 미친X 됐다”며 “제가 말하는 요지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제가 아무나인가. 엄연히 일을 보러 간 지역민인데, 따뜻한 말 한마디 못 건네는 게 맞느냐”고 했다. A씨는 공무원들이 자신을 단체로 무시한 게 문제라면서 “기분이 좋을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A씨를 향한 비판 글을 연이어 게시했다. 누리꾼 C씨는 “사람들이 단체로 무시하든 뭐하든 거기서 얘기하시지 왜 집에와서 부들부들 이런글이나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애초에 공무원이면 국민을 섬겨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신 것 같은데 공무원도 집에 가면 귀한 자식이고 누구의 부모다”라고 지적했다.

면사무소 직원들을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러모로 고생이 참 많다.
파이팅”이라거나 “귀담아 듣지 말고 더운 날 수박 더 드시고 힘내시라” 등의 내용이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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