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뉴스1) 이현동 기자 = 경남 김해시 삼계동에 있는 종합의료시설 부지(옛 인제학원 소유의 땅)의 향후 활용 방안과 용도변경 여부를 두고 많은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약 3만4000㎡ 면적의 이 땅은 김해시가 종합의료시설을 짓고자 도시계획을 세운 곳이다. 그래서 시는 종합병원 건립을 조건으로 지난 1996년 인제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인제학원에 이 땅을 141억원에 팔았다.
그러나 이 부지는 수십 년째 빈 땅으로 방치됐다. 병원을 짓지 못한 인제학원은 25년 후인 2021년 385억원을 받고 서울의 한 부동산 개발업체에 이 땅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인제학원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땅 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단순히 땅을 보유하기만 해도 드는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금융이자,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1만 평이 넘는 땅을 25년씩이나 보유하고 있었던 것을 땅 장사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이제와서 이 부지에 종합병원이 지어지느냐, 공동주택이 지어지느냐로 논란이 불거진 건 땅의 소유권이 이동하는 모든 과정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은 김해시의 실책이 크다고 본다.
김해시와 인제학원의 매매계약서 제8조에는 ‘약정해제권’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이 조항은 인제학원이 이 땅을 지정 용도(종합의료시설)로 사용하지 않을 시 김해시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특약이다. 이렇게 되면 김해시는 땅값 141억원 중 10%만 위약금으로 귀속하고, 나머지 127억 5100만 원을 반환한 후 땅의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4월 김해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김동관 의원(국민의힘)이 시정질문을 하면서 알려졌다.
그런데 여기서 시 도시관리국의 일부 답변에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이 특약의 존재 이유는 인제학원이 지정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김해시 동의 없이 땅을 마음대로 파는 행위를 ‘사전에’ 막는 것이다. 이 땅이 김해시민 숙원사업인 종합의료시설 건립에 반드시 활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는 인제학원이 제3자에 부지를 매각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가 없는 실정’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또 시는 인제학원이 매각을 추진한 2017년께부터 약정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인제학원이 제3자에게 땅을 양도하기 전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제3자에게 양도한 사실이 확인되고, 제3자가 종합의료시설 운영 계획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약정해제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미 부지 소유권이 부동산 개발업체로 넘어간 상황에서 약정해제권 행사가 가능한 것인지부터가 의문이다. 만약 가능하다면, 약정해제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 땅을 돌려받은 김해시는 인제학원과는 별개로 이 부지에 시민 숙원사업인 종합의료시설 건립을 반드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심지어 김해시가 공동주택용지로 용도변경을 해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서 부동산 개발업체가 땅을 매입한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최근 북부동 주민들이 이 땅 용도변경 문제를 놓고 찬반투표를 한 결과 84%가 공동주택용지로의 변경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사안을 결정할 때 시민들의 의견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김해시가 이를 용도변경의 명분으로 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해시는 인구 55만이 넘는 경남 제2의 도시임에도 수도권을 제외한 대도시 중 유일하게 대학병원이나 종합의료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오랜 시간 시민들이 ‘원정 치료’를 가는 등 불편을 겪어 왔고 이와 같은 의료공백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제는 이 땅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이 땅에 종합의료시설이 들어서든, 공동주택이 들어서든,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선택과 결정은 용도변경 전권을 가진 김해시의 몫이다. 김해시는 오는 8~9일께 이 사안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부디 시민을 위한 현명한 판단과 적절한 대처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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