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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울음소리가 점점 줄어요"..연일 신저점 갱신 韓출산율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가 문제"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2 06:00

수정 2023.06.02 06:00

2021년 1월 4일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사진=뉴시스
2021년 1월 4일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올해 1·4분기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수백조원대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정책적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등 애궂은 혈세낭비만 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선 저출산 대책을 종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마다, 분기마다 '역대 최저'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올해 1∼3월 0.81명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기존 최저치인 지난해 1분기(0.87명) 보다도 0.06명 적다.

합계출산율은 2019년 1분기 1.02명을 기록한 이후 16개 분기 연속 1명을 밑돌고 있다. 연초에 출생아 수가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통상의 추세를 고려하면 하반기 합계출산율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1분기 출생아 수(6만4256명)도 작년 동기보다 4116명(6.0%) 줄어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였다.
3월 출생아 수는 2만1138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864명(8.1%) 감소했다. 역시 동월 기준 최저 기록이다.

정부는 16년간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백화점식 대책이 남발하는 바람에 별다른 정책적 효과를 거두지 못한 실정이다.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대응에 투입한 돈은 280조원에 달한다. 2조1000억원으로 시작한 예산은 지난해 51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정부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대응에 투입한 돈은 280조원에 달한다. 2조1000억원으로 시작한 예산은 지난해 51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절반가량이 주거지원 예산으로 관련성과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컸다. 반면 임신·출산·돌봄 직접예산은 GDP 대비 1.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29%보다 오히려 부족했다.

■분산된 저출산 정책, 선택과 집중시킬 '종합 컨트롤타워' 시급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8일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브리핑을 받은 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달 28일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도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라면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시급한 과제로 정부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사실상 전체 정부 부처와 업무 관련성이 있는 저출산·인구 문제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물리적인 회의 조차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에 따르면 윤 정부 출범 이후 저출산위 운영위원회 회의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에 개최된 게 전부다. 운영위는 저출산위 부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기재부ㆍ교육부 등 관계부처 차관들이 위원으로 들어간다. 주로 본위원회에서 논의할 안건을 협의하고, 위원회 활동을 지원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운영위 회의가 열린 건 총 15번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운영위 회의가 18번 개최됐다.

아울러 나라의 저출산 대책을 지휘하는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10개 부처 업무보고는 서로 겹치기 일쑤다. 그동안 국가적인 굵직굵직한 과제를 위원회 조직이 담당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사례도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등에 컨트롤타워를 새로 만들고 권한과 의무를 동시에 부여해야 한다는 제언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국회에서는 인구위기특별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본격 가동됐지만 이 또한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기대 더불민주당 의원은 "지난 17년간 정부가 무려 320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온 정책을 답습하거나, 개선하거나 일부 진전되는 정도"라면서 "기존 실패한 패러다임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하나마나한 정책이다. 또 업무보고를 보니까 부처 중심의 중복사업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쉬운 정책부터 "다자녀 가구 고속道 통행료 감면" 추진

이에 따라 실생활에서 제도 시행이 비교적 어렵지 않은 제도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혈세 지원 부분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자녀 가구에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는 방안부터 이행하자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최근 다자녀 가정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고속도로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 확보를 위해 유료도로관리청이 고속도로 통행 차량애 대해 통행료를 걷되,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 통행료 감면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대상에 대해 통행료를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국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출산 장려와 보육 부담 경감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다가녀 가정에 대해서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감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 근거가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신 의원실의 입장이다.

신 의원은 "정부가 세 자녀 이상의 다자녀를 둔 다자녀 양육자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경우에도 통행료 감면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다자녀 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강조했다.


신 의원은 이어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만큼 다자녀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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