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영화 ‘화차’ 실사판? 정유정 살인사건 “또래 명문대생 정체성 훔치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2 10:54

수정 2023.06.02 11:13

과외앱서 만난 20대 여성 살해·시신 유기한 정유정 (부산=연합뉴스) 1일 부산경찰청이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공개한 정유정(23세)의 사진. 정유정은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2023.6.1 [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itbull@yna.co.kr (끝)
과외앱서 만난 20대 여성 살해·시신 유기한 정유정 (부산=연합뉴스) 1일 부산경찰청이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공개한 정유정(23세)의 사진. 정유정은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2023.6.1 [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itbull@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지난 5월 25일 정유정(23)이 또래의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인해 우리사회에 충격을 준 가운데, 이 사건을 두고 영화 ‘화차’와 ‘화차’ 실사판 '부산 시신없는 살인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앞서 정유정은 과외 중개 앱에서 처음 만난 A씨의 집을 찾아가 살해 후 신체 일부를 절단한 뒤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을 학부모인 것처럼 속여 자녀를 보내겠다며 피해자와 약속을 잡아 범행을 저질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유정 살인사건과 관련해 MBC와 가진 인터뷰에서 "피해자의 신분 탈취(를 위한 범행이었을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과외 교사였다는 점에 주목하며 "(정유정은)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여성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훔치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경찰 측에 따르면 정유정은 평소 사회적 유대가 없었고 폐쇄적인 성격이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직 상태였다.

살인으로 신분세탁, 인생을 훔친 사람들


영화 ‘화차’(2012)에서 김민희가 연기한 ‘차경선’이 타인의 인생을 빼앗은 인물이다. 이 영화는 일본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이 소설은 신용카드와 소비자금융 등 거대한 자본에 잠식당한 현대 소비사회와 크고 작은 욕망을 좇다가 예기치 못한 비극에 휘말린 사람들 그리고 낙오된 이들을 어둠으로 삼켜버리는 비정한 도시의 현실을 그려냈다.

거품경제가 붕괴한 직후인 1990년대 초 일본 사회상을 생생하게 표현해냄과 동시에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긴장감과 속도감, 시종일관 인간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 설득력 있는 묘사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일본 현지에서 제6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 문예춘추 20세기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10 2위 등의 기록을 세웠다.

영화 화차 포스터
영화 화차 포스터

주인공 차경선은 자신의 지옥과 같은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분 세탁을 결심하고, 마땅한 연고가 없었던 또래 여성을 죽이고 그녀의 신분으로 새 인생을 살다가 비극적 결말에 이른다.

지난 2012년에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화차’ 실사판으로 통했던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을 다루기도 했다.

이 사건은 40대 A씨가 사망 전 6개월동안 무려 40억원에 이르는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자신의 자살을 예고한 편지까지 유서처럼 작성하고, 대구의 한 여성쉼터에서 지내던 20대 B씨를 취직시켜 주겠다고 유혹해 부산으로 데려와 살해하고 마치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한 뒤 보험청구한 사건이었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다른 사기 사건 때문에 구속될 위기에 처해 있었고 13살이나 어린 연하 남자친구와의 결별을 막기 위해 수십억대 상속녀라는 거짓말까지 해 놓은 상태였다.

결혼해 해외로 도주할 계획이었던 A씨는 과거 부산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했을 때 연고가 없는 여성을 보육교사로 구하고자 소개받았던 B씨를 속여 살해하고, 그녀와 인생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 B씨는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집 대신 쉼터에서 생활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품행이 바른 인물이라고 지인들이 입모아 말했다.


그렇게 2010년 6월16일, 새로운 직장에 출근할 부푼 꿈을 안고, A씨를 따라나선 B씨는 다음날 새벽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채 타인의 이름으로 공식사망 처리됐다.

한편 정유정과 단 둘이 산 할아버지는 지난 1일 MBC에 "내가 손녀를 잘못 키운 죄로 유족들한테 백배사죄하고 싶다"고 고개 숙였다.
또 "(정유정이) 다음달 10일에 공무원 필기시험이 있어 독서실과 도서관 등지에서 공부하던 중이었다"면서 "상상도 안 했던 일이 벌어졌다"라고 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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