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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0세 시대' 재택의료 성공 위한 대학병원의 역할

뉴스1

입력 2023.06.02 11:00

수정 2023.06.02 11:00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


(서울=뉴스1) =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인 경우 초고령사회라 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고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가는 너무나 자명한데, 의료의 제공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의료는 병원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진단을 정확하게 내리기 위해 많은 검사들이 개발되었고,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도 지속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그에 따라 첨단 장비와 숙련된 의료진들이 모여 있는 병원은 가장 효율적으로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서는 좋은 병원을 갖추는 게 곧 국민들의 건강권을 잘 지켜내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병원에 오기 힘든 환자들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병∙의원으로 오려면 사설 앰뷸런스와 같은 이동 수단을 구하거나 보호자가 환자를 모셔야 한다. 이에 따른 경제적 비용, 보호자의 시간적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이런 방법조차도 사용하기 어려운 독거노인 환자에게는 병원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에 병원에 오기 힘든 병원 밖 환자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진이 환자의 거주지로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재택의료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한 훌륭한 대안이다. 우리보다 일찍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재택의료서비스가 상당히 고도화돼 있다. 1986년부터 방문 진료가 의료보험에 포함됐는데, 재택의료와 관련한 수가가 세분화돼 있다.

긴급왕진이나 심야 왕진, 휴일 왕진, 사망 진단 실시 여부, 총 진료시간에 따라 가산 수가를 책정해 재택의료를 독려한다. 2010년부터는 재택의료가 내과 커리큘럼에 포함됐고, 해당 부문에 전문성을 가진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소규모 진료소끼리 연합해 심야 응급진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 정부에서도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일차의료기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는 월 1회, 간호사는 월 2회 이상, 어르신의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사회복지사는 수시로 전화와 상담을 실시해 필요한 지역 내 돌봄서비스를 연계하고 관리한다.

이런 방식의 의료 제공은 일차의료기관이 맡는 게 효율적이고 적절하다. 환자가 아플 때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의사가 재택의료도 제공하면서 지속적으로 의사-환자 관계를 정립해 나가야, 환자도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재택의료를 위해 대학병원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2가지 영역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재택의료 교육과 수련이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치료사 등 여러 분야에서 재택의료에 관심을 가지는 인력이 늘어나고 있다. 재택의료는 의사 혼자 제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직종 간의 친밀한 협업이 요구된다. 그러나 각 직종별로, 혹은 직종 간의 협업을 위한 재택의료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다.

양질의 재택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노인에 대한 의학적 이해와 간호 및 돌봄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는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습과 병행돼야 혼자서 재택의료를 제공하는 인력을 키워낼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올해부터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를 위한 재택의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향후에 실습까지 확대하고, 다학제 교육을 강화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재택의료 인력을 키워내고자 한다.

두 번째로 재택의료 제공 방법에 대한 새로운 모형 마련에 대학병원이 기여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재택의료의 효과적인 제공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새 시도들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보는 테스트베드 역할은 일차의료기관에서 하기에는 인력 고용이나 운영 면에서 위험부담이 있다. 대학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재택의료를 제공하는 일차 의료의원과 협력해 새 모형을 만들고 시범 적용한 후 일차 의료기관의 현장 적용까지 이어진다면 가장 좋은 협력이 될 것이다.

미국 유수의 병원들은 재택의료에 홈 모니터링 장비를 접합하기도 하고, 대면과 비대면 진료의 혼합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모형을 개발해내고 있다. 이미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독거 환자 돌봄이나 위급한 상황에서의 의료진 호출 같은 방법 등도 함께 고도화돼 실제 현장에 접목돼야 한다. 디지털 헬스 강국인 만큼 우수한 국내 맞춤형 모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재택의료에 대한 관심은 불과 최근 1~2년 정도에 커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사이 여러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협업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를 포함한 재택의료분야 발전을 통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100세 시대 일자리∙건강∙돌봄체계 강화’를 위해 대학병원의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고 있고, 관계기관과 대학병원이 팔을 걷고 나설 때다.


※기고의 내용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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