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5일 인천 남동경찰서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간병인 A(68)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21일부터 5월 4일 사이 인천 모 요양병원에서 환자 B(64)씨의 항문에 수차례에 걸쳐 배변 매트 4장을 집어넣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경찰 진술에서 "변 처리를 쉽게 하려고 매트 조각을 항문에 넣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가족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B씨가 의사표현도 한 번 하지 못하고 2주동안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처럼 노인학대 범죄가 증가하고 수법 또한 교묘해지는 가운데 독거노인은 물론 가족구성원 사이 노인학대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 사회에서 '노인학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노인학대현황'에 따르면, 전국 노인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지난 10년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2021년 전국 신고접수 건수는 1만9391건으로 2011년 8603건에 비해 125% 증가했다.
노인 1000명당 신고건수가 2011년 1.5%에서 2021년 2.2%로 약 0.7%포인트 증가한 것을 볼 때, 절대적인 노인 인구수가 증가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일정 인구별 노인학대 비율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국회, 노인학대 대응체계 강화 위해 법 개정
서울시 복지재단은 지난해 6월 15일 공개한 '2021년 노인학대 현황'을 통해 노인학대 증가의 원인을 노인인구 증가, 학대 범주의 확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증가 등으로 꼽았다.
이에 최근 국회는 노인학대 대응체계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한 노인복지법 개정안(보건복지위원장 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현행법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노인 관련 기관에 취업을 제한하는 취업제한명령을 규정하고 있는데, 취업제한 대상 기관을 추가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른 추가 대상 기관은 장애인활동지원기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등 기존 취업제한 대상기관과 동일한 성격의 기관이다.
또 노인학대 범죄자의 취업제한 위반 여부 점검 결과 공개를 의무화하고 노인학대 현장 조사를 거부하거나 업무를 방해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했다.
염민섭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이번 개정으로 노인학대 대응체계의 실효성을 높이고 노인학대 사건의 신속한 조사 이행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노인학대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제재의 범위를 넓히는 것과 함께 노인보호기관 등에서 노인학대가 발생할 수 없는 사회적 시스템의 한계를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학대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개인의 윤리의식이 부족한 경우도 있겠지만 근로환경 등 사회구조적 한계가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근본적인 한계를 되돌아보고 기관 운영이나 노인보호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근로조건을 개선시키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