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 2021년 K드라마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온 '오징어 게임'의 흥행 후, 전세계의 K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졌다. 하지만 경제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채널들의 편성 정책 변화로 K드라마 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최근 많은 방송 채널들에서 수목드라마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수목드라마 편성을 제외하고 있는 SBS부터, MBC, KBS, tvN 등이 줄줄이 수목드라마 편성을 중단했다. 수목드라마가 남아있는 채널은 ENA와 JTBC 등 뿐이다.
드라마 업계에 따르면 편성은 줄어들었지만, 올해 제작되는 드라마 편수는 지난해 보다 많다. 지난해에는 약 160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최근 OTT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넘쳐나는 드라마 제작 편수를 담아낼 그릇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현재 드라마 업계에서는 편성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 후 K드라마가 전세계 대세로 떠올랐지만 드라마 시장은 오히려 위기라는 우려들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업계에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영향을 드라마 광고 시장도 받게 될 것이라고 보기에,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올해는 어쨌든 편성이 끝난 상태인데, 내년부터는 굉장히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라며 "일단 편성 편수가 4분의 1로 줄었다고 봐야하는데, 지금 드라마 제작 업계는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아 걱정의 목소리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현재 제작 계획이 끝났는데도 편성이 되지 않은 게 60편에서 80편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그 중에서 편성이 되는 건 20편 정도 밖에 안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 효과라는 게 좋은 점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존재했다"라며 "'만들면 다 된다'라는 투자 개념이 생겨나면서 안일하게 기획된 드라마들도 많았고, 그렇게 제작된 드라마들이 약간 적재된 상황인데, 어떻게 보면 과잉 투자된 부분들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투자를 받은 드라마가 방송이 되고 그걸 토대로 또 다른 드라마에 투자하는 순환이 되어야 산업이 돌아가는데, 이런 상황이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히 있을 수 밖에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위기면서 기회다라는 말처럼 이런 과정 속에서 질적으로 뛰어난 기획들, 선별된 기획들에 대한 집중력이 강해져야 한다는 걸 드라마 제작자들도 생각하면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드라마 제작사들은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보면서도 기회라고 여기고 있기도 하다. 당장 국내 플랫폼과 채널에만 집중하지 않고 해외 시장에 먼저 드라마 판매를 하는가 하면, 예능 콘텐츠 제작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플랫폼도 늘어서 제작이 활발해지던 시점이었는데 최근 플랫폼들의 전략들도 바뀌었고 기존 채널의 편성 전략들이 신중해졌다"라며 "그래서 현재 드라마 제작사들도 국내 시장만 바라보기 보다는 해외 시장이나 타 콘텐츠 제작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점"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드라마 콘텐츠 외에도 예능 콘텐츠 제작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경우도 있고, 직접적으로 일본 플랫폼을 먼저 편성하면서 시장을 잡으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라고 현 상황의 타개 방향을 설명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