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용병 부대들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즈프롬 뿐만 아니라 러시아 재벌과 기업들 역시 비공식적으로 용병부대 투입을 위해 돈을 대고 있다.
포톡대대
FT에 따르면 가즈프롬 보안을 책임지는 이들 가운데 지원자들로 구성된 포톡(급류)이라는 이름의 대대급 용병부대와 가즈프롬과 연계된 대대급 용병부대인 파켈이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투입됐다.
포톡 용병들은 대개 직장에서 일하다 자원한 이들로 회사로부터 승진, 급여 인상, 장비 지원 등을 약속 받았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러시아 정보부와 군에 소속돼 있지만 러시아 최고 기업 가운데 하나인 가즈프롬의 경제적 지원 아래 거의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서방 군 관계자는 이들이 마치 장기판에 놓인 다양한 말들과 같다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부, 직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투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의용부대로 알려진 이들은 징집이 아니라 돈을 받기 위해 입대한 이들로 러시아의 대표적인 용병부대인 바그너 그룹과 전선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데몬(악마)' '스파르타' 등의 별명도 갖고 있다. 각자 부대 휘장과 견장이 따로 있지만 온라인을 통해 공동으로 자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자원자들은 온라인으로 가장 높은 급여와 보너스를 주는 곳을 찾아 입대할 수 있다.
서방기업 이미지 버려
이들에게 돈을 대는 러시아 기업과 부자들은 대개 이를 숨긴다.
가즈프롬도 이전까지는 이들 용병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가즈프롬은 특히 유럽과 거래하면서 전통적인 서방 기업 같은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환경·사회적인 의무와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하고 유럽 축구 챔피언스 리그 후원사로 참여해 축구장 곳곳에 자사 이름을 도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가즈프롬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압력 속에 용병그룹을 투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고위직을 지낸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른바 올리가르히로 부르는 러시아 재벌들과 기업들은 전쟁노력에 대한 충성서약의 의미로 다양한 용병 그룹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인 노림수도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가즈프롬은 비숙련 직원들을 용병으로 투입해 고급 유전 기술자들이 전쟁터에 끌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용병, 징집 대체 수단
당초 수주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고전하면서 지난해 2월 이후 벌써 1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당시 전선에 투입된 병력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승전행진을 할 것에 대비해 퍼레이드 물품까지 챙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전황은 러시아 예상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초반 어려움을 극복하고 곧바로 반격에 나서면서 지금까지 러시아군 사상자 수가 약 20만명에 이른다.
20만명 사상자를 내고 차지한 우크라이나 영토 규모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사상자 수가 많아지면서 푸틴 대통령은 징집에 나섰지만 심각한 반발 속에 추가 병력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대안이 바로 용병이다.
용병을 투입하면 국내의 심각한 반발에 직면한 징집 없이도 병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가즈프롬 등 재벌의 지원을 받는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정규군을 보완하거나 대신하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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