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양회동씨가 누구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의 '고(故) 양회동 추모 촛불문화제'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본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노조가 서울 한복판에서 집회의 자유를 외치고 '열사'를 기리는 순간에도 시민들의 반응은 이와 다르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와 최저임금 인상, 노동 개악 중단 등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노조법 2·3조는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앞둔 만큼 노동계에서는 시민의 호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민주노총 메시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노조법 2·3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노동 개악 상황이 있는지 말이다. 물론 시민을 하나의 덩어리로 볼 순 없다. 정치 행위에 대한 관심 층위는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징이라 불리는 '양회동'에 대한 정체조차 모르는 게 대다수 시민이다. 그 어느때보다 메시지가 가닿지 않고 있다.
경찰과 민주노총은 야간 문화제를 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강도높게 집회를 해산했으며 민주노총은 이에 민주주의 탄압이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어느순간 집회는 '집회의 자유'가 핵심 주제로 자리 잡았다.
경찰의 갑작스러운 강경 대응은 정당성이 다소 부족하다. 경찰은 윤 대통령의 '불법 집회' 발언 이후에서야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의 집시법 10조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 역시 법적 정당성을 얻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기초적인 명분조차 얻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를 시민들에게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왜 집회 구호로 '양회동'이 나왔는지, 노조법이 뭐가 문제인지 아무도 알 수 없을 노릇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 집회는 메시지가 분명했다.
"각자 배역이 있는 연기 같아요." 친한 기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회 현장에는 기자, 집회 참석자 그리고 경찰만이 '업'으로써 열연한다. 그들만의 리그다. 고 양회동씨를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지, 민주노총을 지지하는지, 비난하는지, 아마 대다수는 그저 관심이 없을테다. 노조는 '집회의 자유'가 아닌 '노동의 자유'에서 정당성을 얻길 바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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