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뉴스1) 한귀섭 기자 = 성전환한 사람으론 처음으로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사이클 종목에 출전한 나화린씨(37)가 경륜 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다.
나화린씨는 3일 오후 4시 20분쯤 양양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부 경륜 경기에서 2명의 선수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출전에 앞서 나 씨는 여러 선수와 감독, 코치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나씨가 경기장에 나와 몸을 풀고, 사이클에 오르자 시선이 집중됐다.
이날 선두로 치고 나가며 경기를 주도한 나씨는 3바퀴를 타는 동안 1위를 놓치지 않으며 가장 먼저 결승전을 밟았다.
철원군 자전거연맹 소속 선수들은 ‘화린이 파이팅, 화란이 잘했다’ 등 환호를 보내며 나씨의 1위를 축하했다. 경기를 마친 나씨는 자신과 함께 경기를 뛰어준 선수 2명에게 죄송한 마음을 담아 음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나화린 씨는 기자들과 만나 “많이 긴장했는데 주변으로부터 최선을 다해 달리면 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최선을 다해 달려 우승까지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가족들이) 다치지 말고 잘 달리라고 응원을 해줬다”면서 “오늘 사촌 언니 결혼식인데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더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에게 음료를 준 의미를 묻는 질문에 나씨는 “제가 아무래도 우월한 입장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등수를 하나씩 뺏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해 죄송한 마음을 담아 사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언론과 커뮤니티(동아리)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질문에 “솔직히 지난밤 제가 경기에 출전한 것으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돼 2시간밖에 못 잤다”고 밝혔다.
나 씨는 “오늘 경기를 처음 뛰어본 결과 남자, 여자뿐 아니라 성전환자를 위한 제3의 경기를 신설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이틀간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해 임해 1위를 놓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권 철원군 자전거연맹 회장은 “(나화린씨가)경기에 나가기 전부터 상처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경기에 잘 임해준 것 같다”며 “자전거연맹, 대한체육회 등에서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는 한 군연맹에서는 같이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화린씨는 4일과 5일 각각 같은 장소에서 스크래치와 개인도로 경기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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