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를 숙여 자신의 휴대폰만 바라보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디터우주'(머리를 숙이는 종족) 바로잡아야"
【베이징=정지우 특파원】길을 건너면서 휴대폰을 사용하면 처벌하는 중국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선 고개를 숙여 자신의 휴대폰만 바라보는 사람을 일컬어 ‘디터우주’(머리를 숙이는 종족)라고 한다.
3일 베이칭왕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저장성 제14기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닝보시의 문명 행위 촉진 조례를 승인해 통과시켰다. 이 조례에는 ‘보행자가 길목을 통과하거나 도로를 횡단할 때 휴대용 전자 설비를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닝보시 외에도 다수의 도시들이 디터우주를 금지하고 있다. 원저우시는 이미 2019년부터 같은 조례를 시행했다. 보행자가 길목을 통과하거나 도로를 횡단할 때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보고 장난을 칠 경우 경고 또는 10위안(약 1843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자싱시도 2020년 1월에 문명 행동 촉진에 관한 규정을 도입했다. 마찬가지로 길을 건널 때 휴대폰을 보거나 게임을 하면 5위안 이상 50위안 미만을 벌금을 물린다. 타이저우, 항저우시 역시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양광망에 따르면 올해 3월 중국 7대 경제특구 가운데 한 곳인 샤먼시는 ‘횡단보도 안전 관리 규정’(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가장 주목받는 내용은 보행자가 횡단보도에서 휴대폰 사용하거나 머무르고 장난치면서 차량의 합법적 통행을 방해하면 경고 또는 50위안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항목이다.
허난성의 경우 지난해 11월 보행자가 도로에서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사용하는 행위를 법안으로 금지했다. 위반하면 최대 200위안(약 3만68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중국에선 그동안 도로교통안전법상 자동차 운전자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만 규정했었다. 그러나 2018년 광둥성 중산에서 한 보행자가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다가 신호를 위반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고 운전자는 집행유예의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중국은 2022년 기준 9억5000만명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베이칭왕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넘어지거나 도랑에 빠지고,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잃어버리며 교통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디터우주’는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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