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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완전고용 경기침체' 진입하나...'고용없는 경기회복'은 옛 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4 05:23

수정 2023.06.04 05:23

[파이낸셜뉴스]
미국 경제가 성장둔화 속에서도 고용은 되레 늘어나 '완전고용 상태의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8일(현지시간)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한 철물점 앞에 구인광고가 붙어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경제가 성장둔화 속에서도 고용은 되레 늘어나 '완전고용 상태의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8일(현지시간)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한 철물점 앞에 구인광고가 붙어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서 성장은 후퇴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이하 현지시간) 최근 경제지표에서 고용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을 보이고 있음에도 성장은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침체 속 고용 증가


미 노동부가 2일 공개한 5월 고용동향은 예상과 달리 미 고용이 여전히 탄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음을 가리켰다.

5월 신규고용은 시장 전망치 19만명을 크게 웃도는 33만9000명에 이르렀다. 총 고용규모는 1년 전보다 2.5% 증가한 160만명에 이르렀다.


노동시장은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워졌고, 기업들은 여전히 상당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노동시장 지표로만 보면 경기는 활황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고용을 제외한 다른 경제지표들은 미 성장 둔화를 가리키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4분기, 올 1·4분기 두 분기 연속 후퇴했다. 2개 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통상 경기침체로 구분한다.

앞서 미 경제는 지난 수십년간 고용보다 경제성장이 더 가팔랐고, 이때문에 한 동안 '고용없는 회복'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미 경제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라이언 스윗은 GDP가 고용보다 더 빠르게 확장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그 반대는 이례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생산성이 문제


고용이 늘지만 GDP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생산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시간당 산출이 감소하고 있다. 그것도 급격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4분기 노동생산성은 연율기준으로 지난해 4·4분기에 비해 2.1% 감소했고, 1년 전보다는 0.8% 낮아졌다.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노동생산성이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94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뒤 최장 하락세다.

GDP가 아닌 국내총소득(GDI)을 기준으로 하면 생산성 둔화는 더 급격한 것으로 나타난다.

GDP-GDI 격차, 미 침체 가리켜


GDP와 GDI는 이론상 같아야 한다. 임금, 이윤 등 개인이 얻는 수익을 더한 합계인 GDI는 재화와 서비스 생산(GDP)이 결국 누군가의 소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GDP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결코 두 통계가 같아 본 적은 없다고 WSJ은 전했다. 최근에는 간극이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 미 담당 수석이코노미스 폴 애시워스는 지난 2개 분기 동안 실질 GDP로 보면 미 경제는 1.0% 성장해 잠재적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GDI로 보면 미 경제는 1.4% 마이너스 성장해 상당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애시워스는 2007~2009년 세계금융위기 기간의 이른바 '대침체' 그리고 1990년대 초반 경기침체 기간에 GDI가 GDP에 큰 폭으로 못 미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에서도 고용 증가


경기침체에서는 고용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장, 사무실, 식당 등의 생산활동이 위축되면서 그만큼 필요한 노동자 수가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관관계는 이론과 달리 뚜렷하지 않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스윗은 "2000년대 초반에는 이른바 '고용없는 경기회복'이 있었다"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와중에도 고용이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에는 그 반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경제가 침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용은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비축


'노동 비축'이 그 이유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극심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며 트라우마를 안게 됐다. 정작 필요할 때 노동력을 구하는 것이 예전과 달리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때문에 매출 감소 속에서도 이후 회복기를 대비해 감원을 주저한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빈 자리를 메우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4월 기업들의 구인 규모는 1010만명에 이르렀지만 일하려는 노동자 수는 그 절반 수준인 570만명에 그쳤다. 특히 저임금 직종인 식당, 여행관련 산업의 경우 직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이같은 흐름이 지속됐고, 당분간 직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전망이다.

고금리 후폭풍 더 클 수도


한편 GDI를 기준으로 할 때 미 경제가 GDP가 가리키는 것보다 더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후폭풍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지금처럼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는 경우 인플레이션은 좀체 내리지 않는 반면 경제는 하강을 지속할 수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제이슨 퍼먼은 만약 GDI가 GDP보다 더 나은 지표라면 미 경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둔화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 와중에도 인플레이션은 둔화에 걸맞을 정도로 크게 하강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퍼먼 교수는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야 한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달리 말하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통한 경기둔화에 매달릴 경우 실제 경기둔화 폭은 생각보다 더 급격해 결국 심각한 경기침체를 부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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