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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쇠사슬 감긴 채 발견된 男, "형한테 절대 연락하지 마세요"..어떤 사연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4 09:52

수정 2023.06.04 09:5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연합뉴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목에 쇠사슬을 감고 쓰러져 있던 50대 남성을 구조한 경찰이 남성의 딱한 가정사를 접하고 물질적, 정서적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 전날부터 수상한 중년 남성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아파트 놀이터 미끄럼틀에 누워 있는 5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당시 A씨는 며칠 동안 비를 맞아 안색이 창백했으며 저체온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경찰은 119대원과 A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던 중 목 폴라티 속에서 목에 감긴 쇠사슬을 발견했다.
쇠사슬은 1m 길이로 A씨가 스스로 풀지 못하도록 잠금장치까지 있었다. 119 대원들은 A씨의 목에 감겨있던 쇠사슬을 절단했다.

A씨는 치료받기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A씨의 몸에서는 막대기 같은 물체로 맞은 듯한 상처도 발견됐다.

경찰은 신원 확인을 통해 A씨가 60대인 형 B씨와 함께 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A씨는 "형에게 연락하지 말라"며 신원 인도를 극구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를 폭행 등의 용의자로 의심하고, 주소를 수소문해 B씨를 만나 임의동행했다. B씨는 경찰에 동생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치매 걸린 노모와 함께 살았다. 이들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은 B씨가 폐지를 주워 파는 돈이었다. A씨는 오래전부터 생업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알코올 중독 상태로 노숙하며 살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매일 집 밖으로 나가 술만 마시고 사고를 치는 동생에게 화가 나 A씨의 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매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A씨를 폭행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다만 경찰은 B씨를 처벌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이들 가족을 돕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A씨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 조치하고 지자체나 시민단체와 연계해 이들 가족에게 물질적, 정서적 도움을 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사건은 엄정하게 처리하되 이들의 안타까운 상황에도 주목해 각종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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