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닮은듯 다른 일본의 정책
결혼·취직·출산 등 주기별로 대응
3년간 매년 3조엔 넘게 추가투입
고령자 의료보험료 인상 등 검토
결혼·취직·출산 등 주기별로 대응
3년간 매년 3조엔 넘게 추가투입
고령자 의료보험료 인상 등 검토
그럼에도 일본보다 더한 출산율 저하에 직면한 한국은 참고해야 할 부분도 상당하다. 2021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같은 기간 일본 1.30명보다 낮다. 한국은 2022년 0.78명으로, 일본도 1.26명으로 더 떨어졌다. 일본은 1994년 저출산 극복 정책을 시작해 2000년대에야 대책 마련에 들어간 한국보다 앞선다.
■출생아 80만 붕괴…3년간 집중 추진
일본의 출생아 수는 2016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밑돌았다. 그리고 2022년 출생아동은 79만9728명(속보치)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2030년에 가서야 80만명이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8년이나 앞당겨졌다.
지난 3월 말 발표된 기시다 정부의 '차원이 다른 저출산대책'은 이 같은 위기감에 근거를 두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일본 기시다 정부의 저출산대책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책의 기본이념은 3가지다. 결혼·취직·출산·육아 등 젊은 세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건이 겹치는 시기에 미래에 소득이 증대될 것이란 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여성에게 집중된 육아부담을 기업, 남성, 지역사회까지 포함시키는 의식변화를 도모하고 모든 육아 세대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 대응책도 추진 중이다. 아동수당 수급의 소득제한을 없애고, 지급기간을 고등학교 졸업까지로 연장한다. 임신·출산기부터 2세 자녀에 대한 지원 강화를 위해 2021년 추가경정예산으로 만들어진 '출산육아응원교부금(10만엔)의 제도화'등도 검토하고 대학, 대학원 등 고등교육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 도입도 정책방향이다.
주택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주택금융지원기구의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다자녀 세대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형태다. 유아교육과 보육서비스 강화 등 모든 육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확충도 저출산대책에 들어있다. 대표적으로 부모의 취업요건과 관계없이 어린이집을 시간 단위로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 누구나 통원제도'(가칭)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맞벌이·공동육아 추진을 위한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 촉진, 육아 부모 지원을 위한 근무방식의 유연화 추진 등도 제시됐다. '산후 아빠 육아휴직'(최대 28일) 때 받는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67%에서 80%로 인상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韓 주목 포인트…재원조달 방안
기시다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대책의 특징은 부정적 시각이 많지만 저출산 예산 확보 계획까지 포괄하고 있고 재원배분까지 정해져 있다는 것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재원 마련이 되면 3년간 집중적으로 이를 쏟아부어 성과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3월 말 저출산 종합대책을 보면 40조원가량의 예산총액만 있고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은 것과는 다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다양하다. 호세이대학 오구로 교수는 "소비세율(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을 2%p 인상, 6조엔을 확보하자"고 주장했다.
기시다 정부는 저출산대책 소요 재원을 연간 3조엔 중반대로 추산하고 있다. 기존 예산에 추가하는 일종의 '가속화 플랜'이다. 증세는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추가 증세는 정권 재창출에 부담이 된다. 기시다 총리는 "소비세 인상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사회보험료 추가 징수, 사회보장 지출 삭감으로 충당한다는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보험료를 인상하고, 기업의 부담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다만 기업 반발을 넘어야 한다. 도쿠라 마사카즈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최근 "기업 부담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소비세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6월 말 발표 예정인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23'에서 저출산대책과 관련한 예산 확대방안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할 예정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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