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유혈 체포에 반발
경사노위 탈퇴 방안 논의 중
경사노위 탈퇴 방안 논의 중
한국노총의 격앙된 분위기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의 체포·구속과 관련돼 있다. 김 사무처장은 체포를 시도하던 경찰에게 흉기와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차량 흐름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사무처장은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봉에 맞아 머리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조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격분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이유는 김 처장이 진압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삼가야 하며 영장을 발부할 만한 사안이었다.
다만 경찰도 김 처장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체포할 방법을 생각했어야 했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이 다치기도 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유혈체포는 결과적으로 이미 깊어진 노사갈등이 폭발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폭력을 동반한 불법집회와 시위를 진압하는 것은 경찰의 당연한 책무이지만 과잉진압 논란을 부를 수 있는 경찰권 행사는 가능한 한 피하는 게 좋다.
그럼에도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서 탈퇴하는 사태만큼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김 처장이 구속된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기 바란다. 그동안 정부의 느슨한 시위 대응으로 다소 폭력적인 부분도 묵인했을 수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이제 그렇지 않다. 한국노총은 민노총보다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노조단체다.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노사정 대화창구가 닫히는 것은 정부에나 노조에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저임금 결정 등 노사정이 합의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의 일방적인 탈퇴는 노조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정부의 독단적인 행보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싫더라도 정부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조합원들의 이익에 부합한다. 더욱이 김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9명 가운데 1명이다. 구속되어 참석이 불가능하다면 후임자를 내보내야 한다.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로서도 대화의 문을 닫고 노조와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원치 않는 일이다. 개혁 자체가 일방적이거나 파행적이 될 여지도 커진다.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정부가 김 처장 사건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 표명을 하는 게 한국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대화창구를 닫아서는 안 되고 닫지 않기 위해 정부나 한국노총이나 서로 양보하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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