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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혁 "엄정화 만난건 행운…'차정숙' 아닌 새여친 결말 싫었다" [N인터뷰]③

뉴스1

입력 2023.06.05 06:02

수정 2023.06.05 06:02

민우혁 ⓒ News1 권현진 기자
민우혁 ⓒ News1 권현진 기자


민우혁 ⓒ News1 권현진 기자
민우혁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 4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연출 김대진 김정욱)으로 새삼 재발견된 배우가 있다면 단연 민우혁이다. 민우혁은 2003년 드라마 '요조숙녀' OST로 데뷔한 후 뮤지컬 배우로는 지난 2013년 활동을 시작했고, '레미제라블' '위키드' '아이다' '프랑켄슈타인' '안나 카레니나' '지킬 앤 하이드' '그날들' '마리 앙투아네트' '영웅' 등 다수 무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시청자들에게는 KBS 2TV '불후의 명곡'과 '살림하는 남자들'로 익숙한 배우이기도 했다.

그런 민우혁은 '닥터 차정숙'을 만나 또 한 번 배우로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로, 그간 뜨거운 인기를 이어왔다.
극 중 민우혁은 해외 입양아 출신의 외과의사 로이킴으로 등장, 남편의 불륜과 갖은 무시로 힘들어하던 경력 단절 주부 차정숙(엄정화 분)이 기댈 수 있는 판타지 같은 인물로 여심을 설레게 했다.

민우혁은 '닥터 차정숙'의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드라마 경험이 많지 않았던 자신에게 기회를 준 김대진 감독에게 재차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도, 동네 주민들이 이전보다 자신을 연예인으로 알아봐준다는 변화를 전하는가 하면, "요즘은 아이돌 부럽지 않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만큼 민우혁은 "모든 순간이 다 소중했고 좋았다"는 말로 작품을 향한 깊은 애정을 재차 표현했다. 야구선수에서 가수로, 또 뮤지컬 배우로, 그리고 '닥터 차정숙'의 주역으로 주목받기까지 노력해온 그의 지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N인터뷰】②에 이어>

-엄정화와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을 때 어땠나.

▶저는 뮤지컬 배우로 오랜 시간 무명 기간을 겪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작품을 홍보하겠다고 나간 게 '불후의 명곡'이었는데, 그때 그곳에 전설로 나오신 분이 엄정화씨였다. 그래서 엄정화씨는 제게도 정말 큰 존재였다. 고등학교 때 엄정화씨는 슈퍼 스타 중에 스타였다. 가수로도 연기자로도 톱이었다. 우리나라에 이런 스타가 몇분이나 되실까 하면 몇 없다. 처음 대본 받았을 때 차정숙 역에 엄정화 선배님이 확정됐다고 듣자마자 '이 작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엄정화 선배님에 대한 연기적인 신뢰가 컸고 같이 연기를 해볼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하겠다 했다. 막상 현장에서 만났을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배우였다.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하는 게 아니라 항상 질문을 던져주시더라. 선배님과 충분히 얘기한 다음에 대사를 하니까 내가 준비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이 상황에 맞는 호흡을 주고 받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놀라웠다. 이번 작품이 저를 연기적으로 더 채워준 것 같다.

-엄정화에 대해 놀랐던 점도 있었나.

▶정말 좋으신 분이구나 느꼈던 때가 있었다. 딸 이랑이(이서연 분)가 미술하는 걸 서인호에게 들켰을 때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 그 신이 NG가 났는데 선배님이 아무 말 없이 가서 안아줬다. 그 이후에 그 친구가 진짜로 울어서 그 장면이 정말 잘 나왔다. 이번에 작업을 함께 하면서 정말 따뜻한 사람이구나 느꼈다. 정말 좋은 사람이더라. 좋은 사람과 좋은 작품으로 만났다는 게 정말 배우로서 큰 행운이다.

-로이킴의 결말은 만족스럽나.

▶로이의 결말이 너무 싫다.(웃음) 감독님께서도 연락을 주셨다. 16회 최종 편집을 완성했는데, 감독님도 로이가 너무 아쉬우시다고 하더라. 저도 차정숙과 계속 친구로 남거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진짜 내게 어릴 때부터 가족 이상으로 사랑을 주며 키워주신 진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 했는데, 다른 여자를 만났다. 차정숙이 '선생님한테 어울리는 다른 여자를 만나서 예쁘게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들었다. 저는 어떻게든 그 신을 안 찍으려고 했다.(웃음) 하지만 진짜 로이를 응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결말도 좋아하실 수도 있겠다 싶다.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야구선수 출신 이력도 잘 알려져있다. 이번 작품으로 시구 제안도 받았는지.


▶만약 시구 제안을 받는다면 한달 정도 몸을 만들고 하겠다.(웃음) 이전에는 마운드에서 애국가를 한번 불러봤다. 당시 마운드까지 걸어가는 내내 소름이 돋더라. 야구선수로서 잠실구장의 마운드에는 서보지 못했지만, 배우로서 마운드에 섰는데 동료들이 정말 뜨겁게 박수를 쳐주더라. 그 순간이 평생 기억에 남았다.

-야구는 왜 그만두게 됐나.

▶부상이 반복이 됐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부상을 당해 대회를 못 나갔고 이후 LG트윈스에서 같이 몸을 만들어보자 해서 선수로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발목 인대가 끊어지면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 했다.

-진로를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체육 선생님을 하는 게 어떨까 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가수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과거 동대문 밀리오레 등 노래하는 무대가 있으면 다 나갔다. 친구들이 억지로 무대에 올려서 나갔는데 나갈 때마다 상을 탔다.

-운동선수들의 경우 어릴 적부터 운동에만 매진해와서 진로를 변경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야구 뿐만 아니라 수많은 운동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서 자기 꿈을 끝까지 펼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더군다나 제가 학생이었을 시절에는 안타깝게도 학교 수업이 필수가 아니었다. 요즘은 다행히 정해진 수업은 모두 다 이수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때는 3교시 정도만 수업을 듣고 '운동하는 애들은 방해하지 말고 나가 있어' 하는 분위기였다. 저도 할줄 아는 게 운동밖에 없어서 너무 막막해졌다. 지방 출신으로 서울까지 와서 연예인의 직업을 갖게된 데 대해 친구들, 동료들, 운동하는 후배들도 놀라워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더 악착 같이 성공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와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나.

▶이번에는 달달하고 따뜻한 로이킴을 해봤는데, 저는 사실 가끔 거울 보면서도 섬뜻한 제 모습이 보이기도 하더라. 그래서 악역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빌런 역할을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로이킴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로이킴 뿐만 아니라 모든 역할이 다 사랑을 받고 있다. 로이킴을 만나 사계절을 다 버티면서 많은 시행착오도 겪고 정말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위해 애를 썼다. 최근에 쫑파티를 했는데 배우들이 한 얘기가 다들 작품이 잘 되길 기도했더라. 각자 배우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서 잘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순간이 다 소중했고 좋았다. 시청자 분들께서 사랑해주셔서 너무 행복하고 드라마를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이 사랑이 조금 더 오래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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