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민간 약물중독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DARC·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의 임상현 소장(71)은 40년 동안 마약 중독자였다. 그는 17살에 마약을 접했다. 이후 마약 투약으로 교도소도 여러 차례 오갔다. 중독 상태가 지속되자 정신 분열도 겪고 가족들과의 불화도 잦았다. 임 소장은 "그렇게 교도소를 들락날락하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해도 내가 '중독' 상태라는 것을 몰랐다"며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고 회상했다.
중독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도 처음에는 마약을 말리는 가족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히려 마약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임 소장은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며 "중독자들은 본인이 중독된 것조차 모르고, 술과 도박 등의 다른 중독 상태도 겪으면서 정말 심각한 상태 전까지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이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단약을 결심하게 되기까지 두 가지 계기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중독자인 아버지·남편을 조건 없이 응원해 준 가족들의 사랑이다. 지난 2009년 아내의 신고로 들어갔던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그는 가족을 돌아보게 됐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던 아내와 자식들은 50대 후반인 가장의 재기를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신앙'이었다. 임 센터장은 "하느님께 제발 살게 해 달라고 빌었다"며 "나 같은 어려움을 겪는 중독자들을 돕는 데 남은 일생을 바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임 소장은 14년째 단약을 이어가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차장 관리 요원, 대리 운전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약물중독재활센터를 개소하게 된 데에는 과거 주치의였던 조성남 치료감호소장(64)의 도움이 컸다. '중독의 아픔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독자들의 회복을 도와달라'는 제안이었다. 지난 2019년 개소한 경기도 다르크에 5년 동안 83명의 중독자가 거쳐 갔고, 그 중 50여명이 회복에 성공했다. 임 소장은 "아직까지 회복자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도 있다"며 "대학에 돌아가고, 직장에 돌아간 회복자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독자들은 이곳에 입소해 짧으면 3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회복 과정은 쉽지 않다. 임 소장은 "사소한 모든 것도 바꾸고, 마약과 관련된 사람들도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다르크에서 중독 재활 전문 교육을 받고, 서로의 회복을 바라보며 단약 의지를 다진다. 따로 정부 지원 없이 입소자들이 내는 월 40만원 정도의 입소비와 후원으로 운영된다. 경기도 다르크는 최근 정식 시설 등록을 위해 규모가 더 큰 시설로 이사했다. 마약 중독이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관련 수요도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거의 수익이 없이 운영되는 까닭에 정식 시설 등록 절차에도 애로사항이 따른다고 한다.
임 소장은 "일본은 현재 90여개의 다르크가 운영되고 있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한국에도 마약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회복과 재활을 위한 시설이 지원받고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내 나이가 일흔이 넘었지만, 힘 닿는데 까지는 계속 중독자 치료를 돕고 사회로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소명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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