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숙원이던 '간호법 제정'이 무산되자 간호계가 부당한 불법 진료 지시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더 강하게 힘을 싣고 법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간호인력 처우개선은 물론, 선진화된 의료·요양·돌봄 체계 구축에 의료법 등 관련 법 제도의 전면 재검토도 약속했으나 간호계는 호응하지 않고 있다.
약속의 끝은 협의체 발족이었고 몇 차례 회의 끝에 선언적 내용의 합의만 했다는 게 간호계 지적이다. 정책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그동안 의사와 병원에 끌려다니는 모습만 보였다"며 "이제는 말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정책과 대안을 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5월 30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간호법이 부결, 폐기되자 저항권을 발동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영경 간호협회장은 "2024년 총선에서 불공정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국회의원을 심판하고 간호법을 조작 날조한 복지부 장관과 차관을 단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오는 7일 오전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2차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간호업무 외 불법 의료 행위 지시에 거부하는 준법투쟁 현장 간호사의 애로사항과 의료기관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 등을 확인한 결과에 따른 법적 조치 여부 그리고 향후 준법투쟁 계획을 소개한다.
협회는 일선 간호사들이 본래 업무 범위 이상의 과도한 일을 하다 버티지 못해 그만뒀고,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사직률은 52.8%까지 올랐지만, 이들의 현장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은 부족하다고 호소해 왔다. 이에 대한 정책적 요구 사항과 근본적인 해법은 '간호법'임을 재차 주장할 전망이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복지부가 모든 직종이 참여하는 '업무 범위조정위원회'(가칭) 설치, PA 간호사 불법 의료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과 확충, 간호사 대비 환자 수 5명 이내 제한 등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오는 8일 진행하며 복지부가 응하지 않는다면 7월 산별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이번 일로 간호사 처우 개선, 직역 간 업무 범위 명확화, 의과대학 정원 확대, 지역사회 의료·돌봄 서비스 확충 요구가 거세졌다. 특히 의사의 일을 일부 대신하며 불법을 강요당해 온 PA(진료 지원인력) 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보건의료 직역 간 업무 범위 명확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선진화된 의료·요양·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의료법, 장기요양보험법, 노인복지법 등 관련 법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혁신하겠다"며 "우선 추진해야 할 사업은 재정 당국과 협의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단기간 내 의사 확대가 어려우니 PA 간호사를 양성화해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의사들이 기피하는 필수 의료 분야의 보조에 PA 간호사들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추산하기론 전국 의료기관의 PA는 1만명 이상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는 "모든 의료인이 주도적으로 자기 업무를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배타적으로 정하면 국민은 좋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PA를 합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들이 의사 일 30%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의사 인력의 경우) 어느 정도 늘려야 지금의 의료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부터 생각할 때"라며 "그동안 공급 관련 정책이 없었다. 민간에만 맡겨놓으니 무질서했다. 정부가 의사와 병원에 더 이상 끌려다니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의료 정책을 총괄하는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에 대한 직위 해제와 대기발령 인사가 지난 5일 내려졌다. 간호법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최근 논란많은 현안을 맡았던 직책이라 갑작스러운 이번 인사가 이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질책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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