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결혼을 해도 육아비용은 따져볼수록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에서 자녀 1명을 18세까지 기르려면 약 3억6500여만원이 든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갈수록 살벌한 사교육비에 지난해 초중교 연간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 늘어난 이유다.
여성의 경우엔 일과 육아를 함께 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크다. 육아휴직 확대에도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은 개선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아빠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육아에 참여하고 싶어도 사회 분위기, 회사 눈치에 육아휴직 사용을 꺼린다. 특히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든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는 '신기루' 수준이다.
현금성 지원보다 출산부터 돌봄, 공교육에 이르기까지 생애 동안 아이 키울 걱정이 없도록 양육제도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애 낳으면 '양육비 지옥'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교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전년보다도 10.8%나 상승한 수치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전년보다 11.8% 올랐다. 2007년 관련 통계를 작성 이후 역대 최대다. 실제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전년보다 7.9% 상승한 52만4000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보다 2.8%p 상승한 78.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중고 학생 10명 중 8명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가파르게 치솟는 사교육비에 우리나라의 양육비는 세계 주요 14개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중국 베이징 인구·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위와인구연구소는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를 만 18세까지 키우는 데 들이는 비용은 약 3억6500만원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자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7.7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중국(6.9배), 일본(4.26배), 미국(4.11배)의 양육비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30대 경력단절 여성인 A씨는 "이 나라에서 공부를 안 시킬 수도 없고 정말 사교육비가 무섭다. 아이 키우면서 가장 큰 비용 문제는 사교육비"라며 "학원을 안 보내면 뒤처진다. 학원 상담을 갔더니 아이 또래의 아이들은 벌써 2학년씩 높은 수업을 듣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대대적인 사교육비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지난 3월 '저출산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을 마련하면서, 올 상반기 중 사교육비 종합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공개 시점이 다소 미뤄졌다.
아빠는 '육휴' 못쓰고 엄마는 '경력 단절'
'억'소리 나는 양육비에 엄마 아빠 모두 경제 생활을 하려해도 만만찮은게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제 육아휴직자(13만1087명) 가운데 남성은 3만7885명(28.9%), 여성이 1만1788명(71.1%)으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 수도 남성은 10.3%에 불과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을 수용하지 않는 구조 때문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남성의 양육자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조직 내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들어간다는 점 자체를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육아휴직 사용률은 종사하는 기업체 규모별로도 차이가 컸다. 올해 기준 근로자 10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대기업 13.7명, 중소기업은 이에 절반 수준인 6.9명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노동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육아휴직은 대기업 중심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육아는 엄마의 몫이다. 지난해 아이가 있는 10명의 여성중 6명이 '경단녀'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만 25~54세 여성 85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세대를 통틀어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 중 경력 단절을 겪은 사람의 비율은 58.4%였다. 아이가 없는 기혼 여성은 25.6%만 경력 단절을 겪었다. 경력 단절 이후 다시 찾은 일자리는 종류도 달라졌고, 급여는 낮아졌다.
보사연은 "육아휴직을 개인의 권리로 부여함으로써, 남녀 모두에게 육아 의무를 명시함과 동시에 소득의 손실을 최소화해야만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유인이 생긴다"고 제언했다.
배우자 출산휴가 의무 등 속속 도입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새 저출산대책은 아이 돌봄 등 보육서비스를 늘려 실효성 있는 돌봄을 제공하고, 육아휴직을 활성화해 일하는 부모의 육아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데 방점을 뒀다. '가족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아이 돌봄서비스를 2027년까지 3배로 늘리고 시간제 보육서비스 대상도 6만명 수준으로 확대한다. 초등 6학년까지 경력단절 없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육아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체인력이 없어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는 올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 예산을 지난해 37억원에서 올해 112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했다. 근로자에게 육아휴직을 3개월 이상 허용한 중소기업 사업주에 첫 3개월간 200만원이 지급된다. 대체인력을 고용한 경우도 월 80만원이 지원된다.
현행 1년인 육아휴직 기간을 최장 1년 6개월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제7차 남녀고용평등기본계획(2023~2027년)을 통해 부부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1년 6개월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여성의 육아부담을 들어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6개월간 추가되는 휴직급여 지급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정책시행 여부는 미지수다.
한편 서울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배우자 출산휴가 의무사용제'를 도입했다. 시는 배우자 출산 시 직원이 출산휴가를 청구하지 않더라도 사업주가 자동으로 휴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금지규정도 마련하기로 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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