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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업가 납치‧살해후 시신 소각한 필리핀 경찰, 6년만에 '무기징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7 08:10

수정 2023.06.07 08:10

필리핀 앙헬레스 지방법원/사진=연합뉴스
필리핀 앙헬레스 지방법원/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6년 전 한인 사업가 지익수씨(당시 53세)를 납치한 뒤 살해한 필리핀 경찰과 정보원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6일(현지시간) 필리핀 앙헬레스 법원은 경찰청 마약단속국(PNP AIDG) 소속 전 경찰관인 산타 이사벨과 국가수사청(NBI) 정보원을 지낸 제리 옴랑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사벨의 상관이자 마약단속국 팀장을 지낸 라파엘 둠라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씨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해 인질강도·살인·차량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 2016년 10월 필리핀 현직 경찰이 한인 사업가 지익주씨를 살해한 경찰청 본부. 이들은 청사 내 주차장에서 범행을 저질렀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10월 필리핀 현직 경찰이 한인 사업가 지익주씨를 살해한 경찰청 본부. 이들은 청사 내 주차장에서 범행을 저질렀다./사진=연합뉴스

지씨는 지난 2016년 10월18일 오후 2시께 루손 섬 앙헬레스 소재 자택에서 가정부와 함께 경찰에 의해 납치됐다.


조사 결과 경찰은 지씨를 차량에 강제로 태운 뒤 경찰청 마약단속국 주차장으로 데리고 가서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다음날 19일 오전 11시께 인근 칼로오칸시의 한 화장장에서 지씨의 시신을 소각하고 유해를 화장실에 유기했다. 지씨와 함께 납치됐던 가정부는 마약단속국 주차장으로 이동하던 중 노상에서 풀려났다.

경찰은 지씨가 납치된 뒤 피살된 사실을 모르는 유족을 상대로 신원불상자가 몸값을 요구해 500만 페소(약 1억1600만원)를 뜯어내기도 했다.

당초 필리핀 경찰은 지씨의 시신이 없어지면서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2017년 1월 화장장 소유주인 산티아고의 사무실에서 지씨 소유의 골프채가 발견됐고, 지씨의 이웃 주민이 납치 당일 촬영한 현장 영상을 제공해 수사에 물꼬가 트였다.

이후 경찰청 납치수사국(AKG)은 총 14명의 용의자를 검찰에 송치해 산타 이사벨과 제리 옴랑, 라파엘 둠라오와 마약단속국 팀원인 로이 빌레가스와 화장장 소유주인 헤라르도 산티아고 등 5명만 최종적으로 기소했다. 다만 아직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실체가 규명되지 않아 필리핀 사법당국의 후속 조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 사건은 당시 경찰이 직접 납치·살해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필리핀 한인사회뿐 아니라 많은 현지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2017년 1월30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필리핀 대통령은 지씨의 부인인 최경진씨를 만나 "깊은 유감과 함께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매우 미안하다"고 위로하는 한편 충분한 배상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최씨는 "남편이 살해된 지 6년이 지나서 범인들에 대한 단죄가 이뤄졌다"면서도 "범행 이유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와 필리핀 당국이 실체 규명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2012년 이후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살해 사건은 총 57건에 사망자는 63명에 달한다.
그러나 정식 재판을 통해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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