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탈퇴 여부는 위임장에 위임
노동계-정부 대화 당분간 닫혀
노동계-정부 대화 당분간 닫혀
[파이낸셜뉴스]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의 대화를 전면 중단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악화일로를 걷던 노정 관계가 결국 파국을 맞게 됐다.
한국노총은 7일 한국노총 전남 광양 지역지부 회의실에서 제100차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류기섭 사무총장 등 집행부, 한국노총 회원조합 대표자, 지역본부 의장 등 약 50명이 참석했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1월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지 7년 5개만이다.
참석자들은 경사노위를 완전히 탈퇴할지 여부에 대해 김동명 위원장 등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노동계를 대표해 경사노위에 참여해왔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 25년째 사회적 대화에 문을 닫고 있다.
한국노총마저 이날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면서 노동계와 정부 사이 대화 창구는 완전히 닫히게 됐다.
김동명 위원장은 회의에서 "경사노위 참여는 전면 중단으로 하되 필요시에 위원장이 언제라도 탈퇴를 결단할 수 있도록 위임해달라"며 동의를 구했다. 참석자들은 박수로써 동의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며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노동계에 대한 강력한 탄압에 맞서 전 조직적으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한국노총은 2016년 1월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양대 지침 추진에 반발해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0월 노동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진행한 만찬 회동에서 복귀를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오는 8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논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전면 중단함에 따라 노정 관계는 먹구름이 끼게 됐다. 이는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추진으로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 여기에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사망과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특히 민주노총에 비해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노총마저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하고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정부로서는 노동 개혁 추진 동력을 더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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