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마약, 이젠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과거 소수의, 특정 집단의 '일탈행위'로 치부됐던 마약 문제가 SNS를 타고 사회 곳곳으로 미친듯이 퍼지고 있다. 청소년 마약사범 증가는 더욱 심각하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사범은 2017년에서 2022년까지 약 5년 만에 304%가 늘었다. 마약범죄의 평균 암수율(28.57배)을 적용하면 현실은 더욱 암울할 듯하다.
무고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범죄가 일차원적 문제라면, 고도로 발달한 인터넷 환경과 호기심이 왕성하고 스마트폰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최악의 조합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마약에 접근이 가능한 데다 필로폰 1회분 가격도 피자 한 판 정도에 불과하다.
2021년 기준 전국 57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검출됐고, 하수도를 통해 배출·폐기되는 필로폰만 해도 1일 4만명가량이 투약 가능할 정도의 분량이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도 있다. '마약청정국'은 고사하고 마약이 얼마나 우리 곁을 잠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역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마약류를 공급한 사람에 대해서는 최대 사형을 구형하고, 청소년이 마약을 유통해 판매하는 경우도 관용 없이 구속기소할 방침을 세웠다.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겠지만, 마약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가를 알리는 중요한 '시그널'은 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에 중독된 이들이 구부러진 허리, 활처럼 휘는 팔과 다리로 마치 좀비처럼 헤매는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가 몇 년 뒤 우리 현실이 될지 모른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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