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한동안 치과 치료를 받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한참을 머리 숙여 치료하던 원장님이 요새 본인 머리가 아프다면서 조언을 요청했다. 그래서 입벌리고 있던 도중에 몇 가지 확인을 했더니,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에 "가급적 빨리 병원에 가서 머리 사진을 찍어 보라"고 권유했는데, 다음날 바로 응급실 통해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촬영 결과 뇌출혈이었는데, 다행히 수술이 잘 돼 완전 정상 회복됐으며, 그 결과 지금도 활발하게 진료 중이다.
사실 두통은 전 세계 누구라도 겪게 되는 아주 흔한 증상이다. 원인도 매우 다양한데 단순 감기일 수도 있고 스트레스가 많아 골치가 아픈 경우도 있다. 하지만 뇌 실질 조직에 문제가 생겨서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고 늑장 대처하면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일단 가장 위험한 경우는 '생전 처음 겪어 볼 정도의 심한' 통증이다. 환자들 표현을 빌려 보면, 마치 머리에 벼락이 떨어진 느낌이 들거나 도끼나 망치 등으로 머리를 맞은 것 같다는 호소를 한다. 일반적으로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의 경우에 이런 극심한 강도의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러한 경우에는 뇌와 연결된 부위에 동반증상이 생기는데,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표정을 제대로 짓지 못하는 안면마비가 나타나기도 하고, 한쪽 팔 다리에 마비가 와서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4시간 지속적으로 통증이 나타나면서 점점 강도가 심해지는 경우도 위험하다. 뇌종양과 같이 공간을 점유하는 병변이 생기게 되면, 그 조직이 있다 없다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완만하지만 끊임없이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또 뇌가 부어오르면 두개골을 열어 압력을 줄이기도 하는데, 이렇게 '두개내압'이 증가하면 속이 메스껍고 토할 것 같은 오심 구토 증상이 생긴다. 특히 고열과 더불어 몸이 뻣뻣해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더욱 심각하다.
흔히 밥먹고 '체하는 것'처럼 위장 계통에 문제가 있을 때도, 속이 울렁거리면서 두통과 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침으로 가볍게 사관을 풀어주기만 해도 신속하게 치료가 되지만, 혹시라도 두개내압이 상승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심한 통증이 있을 때, 집에서 소위 '손발을 따는' 경우가 있다. 물론 뇌졸중이 올 때 손발에 있는 경혈에 자출혈을 했더니, 혈압이 조절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이러한 응급처치가 모든 증상에 다 맞는 것은 아니므로, 꼭 전문 한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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