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그룹 라포엠 겸 가수 유채훈(35)이 크로스오버 색채를 덧칠한 솔로 미니 2집 '임파스토'(Impasto)로 돌아온다. 테너인 그는 JTBC '팬텀싱어3'에 출연해 라포엠으로 우승을 거둔 뒤 그룹과 솔로 활동을 펼치며 활발한 활동 중이다.
8일 오후 6시 발매된 '임파스토'는 다양한 방법으로 물감을 두텁게 덧칠하는 유화 기법을 일컫는다. 크로스오버 장르를 여러 번 색을 덧칠(Paint Over)하고 섞는 과정에 비유해 이전에 발표한 첫 번째 미니앨범 '포디움'(Podium) 위에 유채훈 자신의 음악 색깔과 가치관 등을 덧입혀 온전한 본인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녹여냈다.
이번 타이틀곡 '하얀 사막'은 소중했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발라드 곡으로, 어두운 새벽 속에서 희미한 빛을 따라 긴 여행을 떠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이밖에 이탈리어 곡인 '일 포지티보'(Il Fuggitivo'와 영어곡 '피시스'(Pieces)도 담겨 크로스오버의 정체성도 확고히 했다.
유채훈은 앨범 발매를 앞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임파스토'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하고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N인터뷰】①에 이어>
-크로스오버 장르로 활동하면서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고 있나.
▶사실 크로스오버가 메이저는 아니지 않나.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많고 모르는 분들도 많아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대신 업계 종사자들, 선배 아티스트분들이나 방송국 PD, 작가님들은 크로스오버하면 '팬텀싱어'와 라포엠, 포르테 디 콰트로, 포레스텔라 등을 조금씩 얘기하기 시작하더라. 우리나라 음악시장에서 크로스오버 음악의 이미지가 형성이 되고 있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방송가면 잘 모르고 아티스트들끼리 인사해도 생소해하고 그랬는데, 이제 날 보고 라포엠이라고 먼저 얘기해주니까 관심을 가져준다는 걸 느끼고 있다.
-2020년 라포엠 결성 이후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마음가짐은 어떤가.
▶1년, 2년, 3년 차까지 다 달라졌다. 라포엠이 결성되고 1년 동안은 너무 정신 없고 다 처음 겪는 활동이라 아무 생각 없이 막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작년에는 많이 지쳤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막상 필드에 나와서 노래를 할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아이돌 음악이 주류 흐름이고, 내 나이도 30대 중반이다 보니 방송에서 노래를 할 수 있는 곳이 생기면 항상 경연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활동이 반복되다 보니 많이 지친 상태가 되더라. 열심히 하면서도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이런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올해 넘어와서는 이런 것들 모두 감사하더라. 평생 살면서 하기 어려운 활동을 한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익숙해지다 보니 교만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올해는 정신 상태가 변했다.(웃음) 그간 라포엠 활동하면서 개인 앨범을 냈고, 또 라포엠 앨범을 내고 다시 콘서트 하고, 그러면서 또 개인 활동을 하다 보니 쉬지를 못했다. 지난 3년 동안 일주일도 못 쉬어서 불만이 생겼는데 팬들의 메시지를 보면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구나' 느꼈고, 요즘 반성하고 있다. 음악을 못해서 서른 넘어서까지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내가 복에 겨워서 이런 생각을 하고 징징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곡 '하얀 사막'에 이런 생각이 묻어나 있는데, 그래서 이번 앨범 중에서 가장 빨리 가사를 암기한 곡이기도 하다. 하하.
-특히 라포엠은 굉장히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팀으로서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기도 한데, 라포엠은 이거 아니면 진짜 끝난다는 생각이 있었다. 유학 생활을 접고 오거나, 유학을 준비했던 친구가 돌아오기도 했다. 원래 생각했던 꿈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더욱 절박하고 절실한 게 있다. 그리고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은 1~2년 지나면 잊힌다. 그런데 팬분들이 우리가 쉬지 않게 붙잡아 주고 있다 보니 지칠 때가 있어도 다시 팬분들을 통해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를 얻는다. 그리고 멤버들이 다 착하고, 어제도 만나서 이야기했는데, 라포엠은 특이한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모였을까 싶다. 마음가짐 그렇고, 옷도 3년 전과 똑같다. 하하.
-작년에 '김나박이유'(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에 유채훈)를 꿈꾼다고 말했는데.
▶우선 실제로 회사 선배들 중에 나얼 형님도 있고, 최근에 김범수 선배와 얼굴을 텄다. 음악적으로 아직 한참 멀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까워진 것 같다. 하하. 솔직히 음악적으로는 '김나박이'를 향해 달려나가는 건 모르겠다. 활동하다 보니 자신감이 조금 꺾이기도 했는데, 여러 선배들께서 칭찬해 주시거나 라포엠을 기억해 주는 분들이 조금씩 있어서 그런 게 수확이지 않나 생각한다.
-향후 솔로 가수로서의 방향성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아직 정답은 모르겠다. 앨범을 통해서 스스로를 알아가고 있고, 여러 활동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시장의 흐름도 파악하고 있다. 대중들은 정확한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데, 크로스오버는 이것저것 다 커버하고 재탄생 시키는 작업이지 않나. 그러다 보니 스스로 '내가 뭐지'라는 고민이 생긴다. 사실 음악은 듣고 좋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공감이 되고 소통이 되고 느껴지는 게 좋으면 좋은 음악이지 않겠나. 그래서 크로스오버 가수라고 해도 스스로는 '노래하는 유채훈'이라고 말한다. 팝가수 아델을 좋아하는데, 아델이 '어떤 가수냐'는 물음에 대해 '난 마이크 앞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이다, 장르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걸 보고 멋있다고 느꼈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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