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공인중개사를 끼고 2017년 10월부터 2020년 3월까지를 기간으로 집주인 C씨와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계약한 집은 경기도 광주시 한 신축빌라의 한 호로, 보증금은 8900만원이었다.
계약을 맺은 A씨는 해당 집으로 이사한 뒤 2018년 3월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확정일자는 해당 문서가 해당 날짜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일종의 증명으로, 공증기관에 문서를 제시하면 공증기관은 공증을 청구한 해당 날짜를 문서에 기재해 그 문서 상의 확정일자 도장을 찍는다. 주택을 임대할 때 체결하는 주택임대차계약의 체결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준 날짜를 의미하는데, 제3자와의 관계에서 완전한 증거력을 갖는다.
그런데 A씨가 임차한 집 주인 C씨가 계약 당시 미등기 매수인이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C씨는 2016년 11월 이 주택의 건물주와 11억 7000만원에 매수 계약을 맺었는데, A씨와의 임대차계약 당시 잔금을 치르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C씨의 잔금 부족으로 매수 계약이 파기되면서 2019년 4월 건물주는 B씨에게 이 주택을 넘겼다. 새 집 주인인 B씨는 2019년 8월 최초 분양계약(C씨)이 해제됐다는 이유로 A씨에게 퇴거를 요구하자 분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A씨는 임대차계약 종료 기한을 넘긴 2020년 5월 집을 나가겠으니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B씨는 거부했다. A씨가 잔금을 치르지 않아 온전한 임대권이 없는 C씨와 계약한 뒤 세를 살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씨가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내자, B씨는 "무단 거주 기간만큼 월세를 지급하라"며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이에 대한 1심과 2심 판단은 A씨의 패소였다. 미등기 집주인이었던 C씨는 '해당 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고, C씨의 매매계약이 해제된 이상 그의 임대권한도 효력을 잃는다는 것이 하급심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우선 'C씨가 세입자에게 집을 임대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부분부터 하급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건물주와 분양계약을 맺으면서 주택에 대한 임대 권한도 부여받았고 잔금도 일부 치렀다는 이유에서다. C씨와 A씨의 임대 계약이 적법한데다, 전입신고까지 마쳤다면 A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췄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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