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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혈세 90억 들여 매입한 사유림 방치 논란 [fn패트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1 12:00

수정 2023.06.11 12:00

춘천시가 치유의 숲을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2020년 93억원을 들여 매입한 동면 감정리 사유림. 매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중장기 계획 없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사진=김기섭 기자
춘천시가 치유의 숲을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2020년 93억원을 들여 매입한 동면 감정리 사유림. 매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중장기 계획 없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사진=김기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춘천=김기섭 기자】 춘천시가 민선7기 당시 93억원을 들여 춘천 동면 감정리 등에 위치한 사유림 54필지를 매입했지만 뚜렷한 활용계획을 찾지 못한 채 3년째 방치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20%에 머물며 재정상태가 열악한 춘천시가 사유림을 매입하느라 93억원을 낭비한데다 민선8기에서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9일 춘천시와 춘천시의회에 따르면 이재수 전 춘천시장은 2018년 7월 취임한 지 채 1년도 안된 2019년 4월 사유림 확대를 위한 사유지 매입안 등이 포함된 제3차 수시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제290회 춘천시의회 임시회에 상정했다.

산림자원의 집약적 경영과 친환경 녹색일자리 창출로 인구 유입 정책에 일조하고 춘천의 청정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사유림 매입이 필요하다며 시장이 직접 안건을 의회에 제출했다.

특히 연구용역을 통해 대상지를 선정하는 등의 절차가 생략된 채 동면 감정리 54필지 343만여㎡의 사유림을 70억원을 들여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시의회에 제출했으며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운기 시의원은 "당시 시의회에서 법정산림비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구체적 계획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매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춘천시도 구체적인 산림산업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대답하면서도 향후에 필요한 부지라며 매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춘천시가 치유의 숲 조성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당초 후보지 8곳에 포함되지 않은 동면 감정리 사유림이 대상지로 최종 결정되면서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2019년 12월 제출된 춘천시 치유의 숲 조성 연구 최종보고서에는 착수 중간보고와 11월 진행된 최종 보고회까지 언급이 없었던 감정리 부지가 갑자기 포함됐다.

여기에 중간보고까지 1순위였던 거두리 부지가 특별한 변화없이 점수가 하락한 대신 신규 대상지인 감정리 부지가 총점 18점으로 최고점을 받으면서 시의회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춘천시 고위 공무원은 시의회 답변에서 "(감정리 부지 소유주가 )자기네 땅이 그렇게 많으니까 개인적으로 그 큰 것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 같으니 시에서 매입하는 게 어떠냐? 그래서 그런 것을 가지고 저희들이 맨 처음에 시작을 하게 됐다"고 밝혀 특혜 의혹이 확산됐다.

경찰도 '치유의 숲' 조성 부지매입에 대한 부당 거래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섰지만 범죄사실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춘천시는 일부 시의원들의 반대와 의혹 제기, 경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2020년 2월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작성 당시 매입비 70억원 보다 23억원 많은 93억원에 해당 사유림을 매입하는 강수를 뒀다.

사유림 매입 이후 춘천시는 2021년 사업비 7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주관 ‘녹색자금 지원사업' 치유의 숲 조성 분야 공모사업에 지원했으나 탈락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비난이 일었다.

윤민섭 시의원은 "해당 사유림이 위치한 감정리 일대는 난개발이 될 이유가 없고 그냥 숲으로 보면 되는데 90억원이 넘는 시민 혈세를 써서 매입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 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고 시민들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당시 집행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육동한 춘천시장. 연합뉴스
육동한 춘천시장.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시정 바통을 이어 잡은 민선8기 육동한 시장은 치유의 숲 활용 방안에 의욕을 보이며 5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균특사업인 강원도 지방이양사업에 도전했지만 또다시 실패한 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춘천시의회는 지난해 말 열린 결산감사를 통해 동면 감정리 사유림 개발을 위해 전문 용역업체를 선정, 보고서를 통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장단기 계획을 세울 것을 권고했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윤민섭 시의원은 "지난 연말 결산 감사에서 감정리 매입 임야에 대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는데도 집행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현 춘천시장도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의회의 반대와 각종 특혜 의혹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혈세를 사유림 매입에 쓴 것도 잘못이지만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매입한 임야를 민선7기에 이어 민선8기에서도 적절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는 "치유의 숲 조성사업은 더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지난해 말 결정됐고 현재는 임목수확벌채 시범사업과 조림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산림자원 기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산림경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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