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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국내 항공사 소속 외국인 조종사 수가 코로나19 기간에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2019년 말부터 4개년 연속 감소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조종사 수가 너무 줄면 과거 일어났던 '조종사간 위계 질서에 따른 문제' 등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2019년 590명에서 2022년 248명으로
10일 파이낸셜뉴스가 항공협회를 통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항공사 소속 외국인 조종사 수는 248명이다. 이는 2019년 590명, 2020년 358명, 2021년 304명에 이어 4개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58% 가량 급감한 수치다.
이 기간 외국인 조종사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항공사는 대한항공이다. 2019년 말 403명이었던 대한항공 외국인 조종사는 2022년 말 202명으로 200명 이상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기간 123명에서 20명으로 100명 이상 줄었다.
한국에 외국인 조종사를 10명 이상 보낸 나라도 2019년 20개국에서 2022년 10개국으로 감소했다. 10개국은 네덜란드(13명), 러시아(18명), 말레이시아(22명), 미국(14명), 브라질(10명), 영국(10명), 이탈리아(15명), 캐나다(15명), 호주(10명), 대만(14명)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조종사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이유는 항공사들이 이들과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운항 항공기가 큰 폭으로 줄어 조종사 인력이 포화상태였다”며 “다만 계약 중도 파기는 아니며, 계약 종료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계질서 문제 재발' 우려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외국인 조종사 부재로 인한 위계질서 문제’가 다시 불거 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1997년 인천~괌 아가나 국제공항 노선(대한항공 KE 801편)에서 발생한 사고에서도 고도를 높이라는 부기장의 조언을 기장이 일방적으로 듣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공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부 대형 항공사에서 기장·부기장 사이 위계질서에 의한 승무원 자원관리(CRM) 부재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면서도 "현재는 대부분 엄격하게 관리 및 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CRM은 항공기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항하기 위해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필요한 자원 활용 방식 등을 판단하고 조치하는 조종사의 비행 관리 기법이다.
황경철 한국항공대학교 한국항공안전교육원 부원장(교수)도 “과거와 달리 승무원 위계질서 문제는 현재 많이 사라졌다”며 “항공사들 입장에서도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CRM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중국으로 건너갔던 우리나라 조종사들이 대부분 복귀한 것만 봐도 (외국인 조종사 수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제 외국인이라고 우수한,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예측한대로 2024년이 되면 조종사 부족 현상이 다시 생길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외국인 조종사 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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