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서울의 대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유명한 음식점과 편집숍 등으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메인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각 지역과 연계한 '우리 술'을 만드는 양조장들이 있다. 성동구 재래시장 뚝도시장 인근에 위치한 양조장들은 나주의 '배', 강진의 '쌀', 영월의 '포도' 등 지역의 특산물로 우리만의 술을 만들어내는 2030 청년 사업가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 위치한 양조장 6곳 가운데 OTOT술도가, 페어리플레이, 제3양조, 뉴뱅 등 4곳은 서울시의 '넥스트로컬'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주류 브랜드들이 운영한다. '넥스트로컬'은 지역 자원을 활용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꿈꾸는 서울 청년의 창업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넥스트로컬 3기로 창업에 성공한 페어리플레이는 성수동에 위치한 13평 남짓의 작은 양조장에서 전남 나주 특산물인 '배'를 이용한 술을 제조한다. 배로 만든 페리를 '이제'라고 하는데, 페어리플레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제'를 생산한다.
이다영 페어리플레이 대표는 "평소 술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술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다 넥스트로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페어리플레이 공동대표의 외가가 나주에 있어 관심을 갖던 중, 넥스트로컬로 나주와의 연계가 가능해 나주 배를 활용한 술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며 "양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기에 관련 지식이 전혀 없었음에도, 넥스트로컬을 통해 술을 만드는 방법이나 '배'를 구하는 방법 등 창업 전반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남 고성의 '쌀'을 이용해 막걸리와 탁주 등 '우리 술'을 만드는 제3양조도 성수동에 소규모 양조장을 갖고 있다. 창업 3개월차에 넥스트로컬을 접했다는 최영경 대표는 "넥스트로컬을 통해 사업의 규모 자체를 키울 수 있었다"며 "창업 초기와 비교해 현재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주류 사업이고, 제조업이다보니 원재료인 '쌀' 자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넥스트로컬을 통해 고성군과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됐다"며 "넥스트로컬은 단순히 지원금만 지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자원과 인맥 등으로의 접근을 수월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타의 창업 사업과는 차별된다"고 강조했다.
넥스트로컬은 단순히 '창업'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청년들은 서울에서 지역으로, 또 다시 지역에서 서울로 오가며 지역과 서울에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넥스트로컬이 '지역과의 연계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역에서 생산하고 수도권에서 소비하는 단순한 형태를 넘어서 생산과 소비가 연계될 수 있도록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다"며 "지역과 수도권을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창'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넥스트로컬의 비전과 일치했다"고 전했다.
넥스트로컬로 만난 이들은 지역을 연계로 한 상품을 바탕으로 서울에 새로운 문화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제3양조·페어리플레이·OTOT술도가·뉴뱅 등은 성수동 인근에 위치한 양조장 6곳을 묶은 '성동청년양조모임'을 만들어 뚝도시장 인근에서 '양조 플리마켓' 등 축제를 진행하는 한편 양조장 6곳에서 각자 만든 술을 출시해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넥스트로컬에 참여해 창업에 성공한 이들은 넥스트로컬의 장점 중 하나로 창업을 꿈꾸는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꼽는다. 이를 통해 '금주협의회'라는 독특한 동아리도 만들어졌다.
'금주를 하기 위해서는 술을 마셔야 한다'는 재밌는 콘셉트로 시작한 '금주협의회'는 주류 사업을 하는 넥스트로컬 출신 대표들을 주축으로 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데, 1년도 채 안돼 벌써 13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모였다. 총회도 하고 MT 등도 다니며 모두가 함께 '즐겁게 술을 마시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다영 대표는 "비슷한 또래에 창업이라는 비슷한 꿈을 가지고 서로 소통한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큰 의지가 되는 것은 물론,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서로가 배우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넥스트로컬은 굉장히 완성도가 높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라며 "초기 인큐베이팅 단계부터 창업 막바지 단계까지 맞춤형 지원을 통해 금전적으로나, 인프라적으로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창업자들에게는 '엑셀'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달 16일까지 총 60팀의 '넥스트로컬 5기'를 모집한다. 서울시와 협력하여 청년들이 활동할 지자체는 강원 강릉․영월, 충남 서천, 전북 익산, 전남 목포․강진․해남, 경북 영주․의성, 경남 밀양 총 10개 지역이다.
넥스트로컬 5기에 선발된 60팀에게는 △창업아이템 발굴 위한 지역자원조사(2개월, 교통‧숙박비 100만원) 지원 △창업교육 및 전담코칭 △사업모델 시범운영(6개월, 최대 2,000만원 지원) 등 지역에서의 새로운 도전 기회가 제공되며 사업모델이 검증된 팀에게는 추가로 최대 5000만원의 최종사업비를 지원한다.
사업참여를 원하는 만19~39세의 서울 청년 대상자는 16일까지 넥스트로컬 누리집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모집 대상은 신청일 기준 서울시에 주소를 둔 청년으로 창업을 원하는 지역 및 아이템에 대한 이해도와 사업 관련 경험을 중심으로 평가하며,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참여자를 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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