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회사채 발행보다 상환 증가
발행 만기 1년으로 늘리기도
MMF 줄고 주식반대매매 늘어
발행 만기 1년으로 늘리기도
MMF 줄고 주식반대매매 늘어
■CP·회사채 발행보다 '현금상환'
11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CP 시장에서 순상환된 금액은 3조7876억원에 이른다. 이달 들어서도 최근 열흘 사이(1~9일) 5104억원 규모의 CP가 순상환됐다.
CP 순상환이란 CP를 발행하기보다 만기도래한 CP 원금상환에 나서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회사채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이후 순발행 기조를 보였던 회사채 시장은 7개월 만인 올해 5월 순상환 기조로 돌아섰다. 5월 한 달 동안 순상환된 회사채 규모는 1조9562억원에 이른다.
이달 들어서도 459억원이 순상환됐다. 금융사·기관들이 침체 불안감에 회사채·CP 투자에 신중해졌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기업들의 실적들이 대체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기업실적 하향을 근거로 상당수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일 효성화학의 장기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강등했다.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불리한 수급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신용평가사들은 적자에 빠진 LG디스플레이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0로 한 단계 강등했다. 여천NCC의 신용등급도 A+에서 A0로 하향 조정됐다.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도 늘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비앤지스틸의 신용등급을 A0로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한국토지신탁(A0)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DB캐피탈(BBB0)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렸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각각 BNK투자증권(A+)과 오케이홀딩스대부(BBB)의 등급전망을 낮췄는데 모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하향 조정의 배경 중 하나로 꼽혔다. 단기금융시장은 만기가 짧은 만큼 자금경색 상황이 지속될수록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은 증권 차환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계열사, CP 발행 만기 늘려
이런 상황에서도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사, 대기업 일부 계열사의 증권시장에서의 현금 확보는 꾸준하다. 기관들도 탄탄한 모기업 신용도와 지원 가능성을 믿고 투자를 이어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들 기업은 CP 만기를 약 1년으로 늘렸다. 통상 CP 만기는 90일 이내다. SK에코플랜트는 6월 한 달 동안 1년 만기 CP 2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SK에코플랜트의 그간 CP 발행잔액은 1250억원가량이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이 부담스럽다 보니 CP 시장으로 우회조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세계디에프도 지난 1일 1000억원 규모로 CP 발행에 나섰다. 만기는 약 1년이다. 신세계디에프의 CP 발행잔액은 4400억원가량이다. 호텔롯데도 이달에도 꾸준히 CP 조달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호텔롯데의 CP 발행잔액은 1조1000억원에 이른다.
주식시장에서도 부동자금이 점점 줄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잔액은 지난 8일 기준 177조7127억원을 나타냈다. 지난 4월 중 190조원대를 넘나들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 달 사이 10조원 넘게 이탈한 것이다.
반대매매 규모 역시 역대급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위탁매매 미수거래 반대매매 금액은 978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동안 1조원에 가까운 반대매매가 일어난 데다 이달 들어서도 일평균 400억원대의 반대매매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1~4월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100억~200억원이었으나 4월 말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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