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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통째로 베껴 '중국에 복제공장' 건설 시도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2 14:29

수정 2023.06.12 15:12

설계도면 빼돌린 삼성전자 전 임원 구속
협력사 1명·중국 반도체회사 5명도 기소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2014.5.9 /연합뉴스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2014.5.9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자 국가 핵심기술인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중국으로 빼돌려 복제판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설립하려 한 전 삼성전자 상무 A씨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등 혐의로 A씨(65)를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A씨가 대표로 있는 중국 반도체 제조 회사 직원 5명과 공장 설계 도면을 빼돌린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1명 등 6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8년 반도체 분야 상무로 근무했던 전 임원의 배신

삼성전자에서 18년간 반도체 분야 상무로 근무했던 A씨는 대만의 전자제품 생산·판매업체인 B회사로부터 투자받아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지난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공장 설계도면 등을 부정 취득·부정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반도체 공장 BED는 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공간에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공정 배치도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8대 공정의 배치, 면적 등 정보가 기재된 도면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최적의 반도체 제조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 30년 이상 오랜 기간 시행착오 및 연구개발,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얻은 자료로 최소 3000억원~최대 수조원 상당의 가치를 가진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특히 BED와 공정배치도는 '30나노 이하급 D램 및 낸드플래시를 제조하는 반도체의 공정 관련 기술'로서 관련 고시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이기도 하다.

[수원=뉴시스]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국외 유출 사건 범행 구조도. (사진=수원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수원=뉴시스]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국외 유출 사건 범행 구조도. (사진=수원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상무를 거쳐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내는 등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권위자로 꼽히는 A씨는 중국 및 대만의 대규모 자본과 결탁해 중국·싱가포르에 반도체 제조 회사를 세우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 200여명을 고용했다.

삼성 시안공장과 불과 1.5㎞ 떨어진 곳에 복제공장 시도

A씨 등은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불과 1.5㎞ 떨어진 곳에 삼성전자를 그대로 본뜬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 등을 입수해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직원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중국공장 감리회사 직원(불구속 기소)으로부터 설계 도면을 취득해 무단 사용하는 등 이 사건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

하지만 A씨 등이 계획한 '삼성전자 복사판' 반도체 공장은 건설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의 전자제품 생산업체가 A씨 업체에 약정한 8조원 투자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8조 투자 불발되면서 어그러졌지만.. 설계도면은 여전히 보유

다만 A씨 회사가 공장 설계 도면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원을 투자받았다.

해당 회사는 지난해 연구개발(R&D) 건물을 완공해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검찰은 2019년 8월 국정원으로부터 해당 첩보를 입수했으나 A씨의 중국 체류 등으로 한동안 수사를 중단했다. A씨는 병원 치료 등을 이유로 올해 2월 입국했다가 형사 입건됐다.

검찰은 A씨 등의 구체적인 기술 유출 경위와 추가 범행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A씨는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함께 기소된 직원 일부는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기술 유출로 삼성전자가 최소 3000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반도체 기술 유출이 아닌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 건설하려 한 범행"이라며 "반도체 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행에 대해 엄정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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